한국거래소. [출처=EBN]
한국거래소. [출처=EBN]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했지만 ‘코스피 2군’에 머무르고 있는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다각적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펼치고 있다. 코스닥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좀비기업의 퇴출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코스닥 우량 기업 발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을 시장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고 그동안의 노력이 제대로 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만큼 시장 분리와 같은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26.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6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 대비 관심을 받지 못한 셈이다.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격차는 연초 1619조307억원이었는데 최근에는 2715조128억원까지 벌어졌다. 코스피 상장사 수는 연초와 동일한 848개인 반면 코스닥 상장사는 1781개에서 1807개로 늘었다. 삼성전자 1개 종목의 시총이 코스닥 전체 시총도 크게 웃돌 정도로 코스닥 시장의 매력도는 떨어진 상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저성과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효율화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좀비기업들을 퇴출하기로 했다. 코스닥의 경우 내년부터 시가총액 최소 기준 150억원, 시가총액 600억원 미만 기업의 경우 매출액 30억원의 재무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퇴출 대상이 되며 재무요건은 매년 기준이 강화된다. 또 기존에 상장폐지 실질 심사 과정에서 기업심사위원회 및 코스닥시장 위원회에서 부여할 수 있는 개선기간을 최대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하고 심의 단계도 기존 3심에서 2심으로 단축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자진상장 폐지를 제외하고 감사의견 거절, 사업보고서 등의 미제출, 상장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기준 해당해 상장폐지된 종목은 17개로 집계됐다. 현재 정리 매매 기간으로 오는 26일 상장폐지가 예정된 두 종목을 포함하면 총 19개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 3년간 코스닥 기업의 계속성 등의 문제로 상장 폐지가 2022년 15건, 2023년 8건, 2024년 14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거래소에서 한계기업의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매매가 정지된 코스닥 종목이 33개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도 강화되는 만큼 내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좀비기업 퇴출 가속화 외에 코스닥 우량 기업들을 시장에 알리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중 재무실적 및 기술력 등이 인정되고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을 코스닥 글로벌 기업으로 지정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지수 및 ETF·지수선물의 구성종목으로 편입하고 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2022년 11월 출범해 매년 심사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코스닥 우량 기업 외에 세계시장에서 높은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거나 혁신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 2009년부터 라이징스타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선정된 코스닥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거래소는 해외 IR을 지원하거나 영문공시 번역, 기업분석보고서 발간, 일부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영문공시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코스닥 영문공시는 2023년 617건에서 2024년 721건으로 확대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다각적인 지속적인 지원과 활성화 노력에도 성과는 크지 않다. 코스닥글로벌을 기초지수로 한 ETF 상품은 KODEX 코스닥글로벌 ETF와 TIGER 코스닥글로벌 ETF 2종목뿐이고 올해 평균 거래대금도 각각 4100만원, 39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코스닥글로벌에 편입된 기업들 중에서는 지속적으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총 1, 2위인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에 포함돼 있지만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전에 포함됐던 포스코DX, 엘앤에프, 셀트리온헬스케어(코스피 기업과 합병)도 코스피 시장으로 이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부담이 큰 중소형 상장사에게 IR이나 분석리포트 제공 등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 기업들은 코스닥 시장에 있는 것보다 코스피 시장으로 옮겼을 때 안정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며 “코스닥 시장에 있다고 해서 코스피 시장보다 인센티브가 확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회가 된다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 한계 기업들을 퇴출한다고 해도 전체 코스닥 상장 기업 대비 큰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예상된다. 결국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2군 시장’이 아니라 코스피 시장과의 차별화로 개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편, 즉 완전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코스닥 시장은 1996년 출범 당시 코스닥증권시장이라는 법인이 주식중개를 담당하고 증권협회 산하 코스닥위원회가 관리했다. 코스피 시장을 담당하는 한국증권거래소와 별개로 운영됐다. 하지만 2005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한국선물거래소가 합병해 지금의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코스닥 등의 시장을 운영하게 됐다.

코스닥 시장은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설립된 성장주 중심의 시장이다. 한국판 나스닥을 꿈꾸며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한국거래소의 관리 아래로 합쳐지면서 코스피 시장과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고, 하위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나스닥 시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구분된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분리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코스닥 분리를 검토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기획재정위원회), 김종민 무소속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코스닥 시장을 기술혁신 중심 시장으로 회복하고 혁신의 회수시장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개편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코스닥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다시 코스닥 분리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상적인 개편 필요성이 아닌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코스닥 경쟁력 제고는 국정 과제이지만 언제 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는 코스닥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리서치하고 있는 단계”라며 “결과가 나오면 당국과 협의해 최종 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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