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081_705236_1223.jpg)
한국경제인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 분야 제도 개선 과제 24건을 공식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업집단 규제체계부터 공시기준, 형벌 구조까지 현행 제도가 기업 현실과 괴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대대적 제도 손질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경협은 이번 건의서에서 △기업집단 규제체계 합리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의 현실화 △형벌체계 개선 △산업·금융 시너지 제고 등 공정거래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를 종합해 제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을 판단할 때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을 먼저 규정하고, 동일인이 단독 또는 특수관계인과 함께 지배하는 계열사를 기업집단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동일인은 자연인과 법인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경협은 이 제도가 1980년대 도입된 이후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기업집단 상당수가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경영 의사결정권도 자연인이 아닌 이사회(법인)에 집중되는 구조가 일반화됐다. 한경협은 이런 변화 속에서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한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동일인을 법인으로 한정하는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지정제도 자체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동일인 관련자(특수관계인)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기준은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이 기본 대상이며, 조건에 따라 6촌 혈족과 4촌 인척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실질적 지배와 무관한 친족까지 규제 범위에 묶이면서 기업의 행정부담과 자료 제출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직계존비속·배우자 등 실질적 가족 중심으로 범위를 좁혀 규제 체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자산총액 5조 원' 규정도 핵심 개선 과제로 제기됐다. 이 기준은 2009년 도입된 후 경제 규모 확장에도 불구하고 수정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사 중 약 78%가 중소기업 규모에 해당하는 등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2024년부터 GDP 연동 방식으로 매년 기준이 조정되고 있는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고정 금액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 간 균형도 무너진 상태다. 한경협은 공정위가 이미 GDP 연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금액 기준을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인 기준으로 전환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 제출 의무와 형사처벌 조항 역시 불합리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출 거부나 허위 제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실무에서는 회사가 아닌 동일인(자연인)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일인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특수관계인의 개인 재산·투자 내역까지 파악·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일부 누락만으로도 동일인이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단순 누락이나 착오와 같은 행정적 실수는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제출 책임도 '기업집단 대표 법인'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정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