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시장에 중국 색조 화장품, 이른바 ‘C뷰티’의 질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590_705893_1756.jpg)
국내 시장에서 중국 색조 화장품, 이른바 ‘C뷰티’의 질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독창적인 색조 구성, 틱톡·더우인 등 숏폼 플랫폼을 활용한 공격적 바이럴 전략이 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반응을 이끌며 소비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력과 해외직구의 편의성이 더해지면서 C뷰티 제품의 국내 수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국내 시장에선 K뷰티 중심의 시장 구도에도 뚜렷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산 화장품의 국내 수입액은 5017만6000달러(약 732억원)로 집계됐다. 관세청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5000만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분기별로는 1분기 1328만6000달러, 2분기 1643만9000달러, 3분기 2045만1000달러로 매 분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C뷰티 수입 흐름이 급반전한 결과다. 중국 화장품 수입액은 2022년 4546만2000달러에서 2023년 3990만9000달러, 2024년 3896만1000달러로 하락세를 이어오다 올해 들어 급반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K뷰티의 수출은 3년 연속 감소했다. 2022년 30억6905만달러였던 수출액은 2023년 23억7689만달러, 2024년 21억5632만달러로 줄었고, 올해 1~9월 기준 12억9879만달러에 그쳤다. 특정 시장 내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어드는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C뷰티의 부상 배경에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소비 행태의 전환이 있다.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메이크업 스타일, 이른바 '도우인 메이크업'은 SNS를 통해 국내 MZ세대의 취향을 자극했고, 감성적인 색조와 공주풍 디자인을 앞세운 C뷰티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이목을 끌면서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 플랫폼 쉬인이 운영하는 ‘쉬글램’, 동화풍 패키지로 유명한 ‘플라워노즈’, 그리고 ‘쥬디돌’ ‘인투유’ 등 브랜드는 국내 MZ세대 소비자 사이에서 이미 친숙한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를 통한 직구 구매도 일상화되며 진입장벽은 사실상 사라졌다.
온라인 직구 시장에서도 C뷰티는 뚜렷한 상승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중국 화장품 직구액은 791억6300만원으로, 2024년 1분기(492억3000만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직구액은 2284억92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2304억5700만원)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직구 가운데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6.6%에 달한다.
업계는 C뷰티의 인기가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선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색상과 독특한 패키지 등 차별화된 전략이 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특히 Z세대 소비자들은 남들과는 다른 제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데, 기성 K뷰티 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한 감성적 니즈를 C뷰티가 충족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의 반응도 변화 흐름을 입증한다. 대표 브랜드 플라워노즈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2주간 2만7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고, 일부 제품은 조기 품절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특히 플러워노즈는 중국 화장품 대기업 프로야로부터 수억 위안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공급 측면에서도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쥬디돌과 주시 등은 해외 전용 신제품 출시로 시장 세분화에 나섰다. 플로라시스는 스마트 팩토리 기반의 자체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ODM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 같은 행보에 한국의 기술력까지 융합되며 시너지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C뷰티 브랜드 다수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국내 ODM 업체와 협업하며 생산 품질을 강화했고, 한국 연구인력 영입을 통해 기초 제품군까지 품질 신뢰를 끌어올렸다. ‘한국 기술 기반의 중국 브랜드’라는 이점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K뷰티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올해 광군제에서 한국 브랜드는 티몰 뷰티 부문 거래액 상위 20위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위권은 ‘프로야’, ‘커푸메이’ 등 현지 브랜드와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유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화장품 소비시장은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고감도 디자인 등 패키징 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효능 중심으로도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현지 맞춤형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