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 전략으로 빠르게 한국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물류망 구축과 판매자 확보에 주력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출처=오픈AI]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 전략으로 빠르게 한국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물류망 구축과 판매자 확보에 주력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출처=오픈AI]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들이 초저가 전략으로 빠르게 한국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물류망 구축과 판매자 확보에 주력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하에 정품 유통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 뿌리를 내리려는 시도로 읽힌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1세대 C커머스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초저가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가품 판매, 유해물질 검출,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품질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었고, 이로 인해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리테일 지형에선 이미 변화 조짐이 보였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4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조사에 따르면 쿠팡이 3339만명으로 1위를 유지한 가운데 테무는 각각 880만명과 847만명으로 11번가(893만명)에 밀려 3, 4위로 하락했다. 이는 올해 초 알리와 테무가 2, 3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이에 C커머스들은 가격 경쟁만으로는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2단계 현지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물류망 구축, 직매입 모델 확대, 현지 판매자 유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닷컴(JD.com)의 행보다. 징둥은 최근 산하 물류 계열사인 징둥로지스틱스(JD Logistics)를 통해 인천과 경기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인천 센터는 미국 글로벌 브랜드의 물류 대행 및 국내 뷰티 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한 창고며, 이천 센터는 펫커머스 전용 물류 허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징둥의 전략은 기존 C커머스와 뚜렷이 다르다. 이 기업은 직매입과 자가 물류를 결합한 ‘아마존식 모델’을 운영 중인데, 이는 상품 입고 전 품질 검사 및 기준 미달 제품 사전 차단이 가능해 품질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빠른 배송도 가능하다. 한국을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닌 물류 운영과 수출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장기적 접근을 택한 셈이다.

징둥은 이미 중국 내에서도 익일 배송과 정품 유통을 무기로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12시간 내 배송과 역직구를 겨냥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C커머스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물류 역량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5대5 지분 비율의 조인트벤처(JV) 설립에 합의하며 물류망 확대와 국내 셀러 유치를 준비 중이다. 해당 합작법인은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이며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연내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합작법인 설립 관련 논의 자체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돼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 등으로 진척이 더뎠다. 현재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양측은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데이터 유출, 국내 고객 정보와 셀러 보안 문제 등 각종 우려 해소를 위해 내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 정세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 및 홍콩발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철회하고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 입장에선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탈미(脫美)’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대외적 요인들로 인해 한국이 C커머스의 새로운 전략적 전초기지로 부상한 상황이다. 업계 내에선 이들 기업이 한국을 아예 동북아 유통 허브로 삼으려는 심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C커머스 기업들의 품질 경쟁력, 물류 인프라 등이 확연히 개선됐을 때를 대비해 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따른 제도적 대응을 선제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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