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과 유럽에서 전혀 다른 반응에 직면하며 시장 전략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출처=오픈AI]
중국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과 유럽에서 전혀 다른 반응에 직면하며 시장 전략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출처=오픈AI]

중국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과 유럽에서 전혀 다른 반응에 직면하며 시장 전략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쉬인은 한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기업 윤리와 브랜드 가치에 대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쉬인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26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초반 품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이용자층이 빠르게 확산된 결과였다.

객단가 역시 동반 성장 중이다. 쉬인의 올해 1인당 평균 결제금액은 5만6000원~6만7000원으로, 중저가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6만6000원~7만8000원)와 1만원 남짓한 격차를 보인다.

상위권 플랫폼 무신사의 객단가가 9만4000원~12만7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쉬인은 저가 전략을 무기로 에이블리를 위협하며 빠르게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쉬인이 최근 프랑스에서 첫 상설 매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자 현지 백화점과 패션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쉬인은 오는 11월 프랑스 파리의 BHV 마레 백화점을 시작으로 디종, 랭스, 그르노블, 앙제, 리모주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 매장 5곳에 추가 매장을 개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백화점은 소시에테데그랑마가쟁(SGM)이라는 회사가 소유·운영하며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과 가맹 계약을 맺고 있는 구조인데,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이 SGM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쉬인의 입점이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은 “초고속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영업 방식은 우리의 상품 구성과 철학에 어긋난다”고 밝혔으며 가맹 계약 위반을 근거로 입점 저지를 예고했다. 프랑스 여성기성복 협회 역시 쉬인의 진출을 “프랑스 패션계 전체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자국 브랜드 보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쉬인이 유럽에서 유독 부정적 반응에 직면한 배경에는 잇단 윤리 논란이 자리한다. 유럽 규제 당국은 쉬인이 허위 할인 광고, 공급망 불투명성, 환경 규제 위반 등의 이유로 수차례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러한 전력이 고급 브랜드가 중심인 프랑스 백화점과 소비자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쉬인 입점을 추진한 SGM의 칼스테판 코탕뎅 CEO(최고경영자)는 “백화점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하며 소비자층을 젊게 재편해야 한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쉬인은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류 브랜드 중 하나”라며, 실사를 통해 제품의 추적성과 규정 준수 여부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쉬인의 사례는 글로벌 유통 전략이 지역별 문화와 소비자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얼마나 상이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가 초저가 브랜드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지만, 유럽에서는 브랜드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정서가 거센 반발로 이어진 모양새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를 무기로 한 쉬인의 글로벌 확장은 이처럼 시장마다 다른 파열음을 낳고 있다”며 “쉬인의 성공과 논란이 단순히 가격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시험대가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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