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와 알리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해외 자본이 단순 투자 단계를 넘어 국내 산업 지배구조에 깊숙이 관여하는 첫 사례가 공식화됐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073_696116_238.jpg)
국내 유통업계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와 알리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해외 자본이 단순 투자 단계를 넘어 국내 산업 지배구조에 깊숙이 관여하는 첫 사례가 공식화됐다. 특히 중국계 자본이 한국 유통 산업에 전략적 파트너로 진입한 것은 한국 자본시장과 산업 구조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던지고 있다.
한국 시장은 과거에도 글로벌 유통 대기업들의 도전을 받아왔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월마트와 까르푸는 각각 수천억 원대 투자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현지화 실패와 치열한 토종 기업 경쟁에 밀려 2006년을 전후로 철수했다. 당시 월마트는 16개 매장을 이마트에 매각했고, 까르푸는 32개 점포를 롯데에 넘겼다.
이후 해외 자본은 보다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아마존은 직접 진출 대신 물류·IT 인프라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키웠고, 해외 사모펀드들은 2010년대 들어 약 30조원 규모의 국내 M&A 시장에 지분투자나 구조조정 등 제한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조적 성격에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신세계–알리 결합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나 제휴를 넘어선 ‘지배구조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알리가 신세계 지분 약 20%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 파트너로 들어온 것은 해외 자본이 한국 유통의 주도권에 직접 발을 들인 의미있는 사례 중 하나일 뿐더러, 이를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 것이다.
특히 알리는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라자다(Lazada)를 인수·육성하며 ‘중국 자본+현지 기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2016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에 이어 2018년까지 누적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라자다를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로 성장시켰다.
향후 한국 시장에서도 양사간 시너지 발현 과정에서 유사한 전략이 적용된다면 해외 상품 접근성 확대, 가격 경쟁력 강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은 이전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하긴 했지만, 각 운영체계별 새로운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크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도 상당하다. 알리와 신세계의 결합 과정에서 유통 플랫폼과 데이터 주도권이 알리로 집중될 경우, 한국 산업이 구조적으로 이른바 ‘중국 종속’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아서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판로 확대라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또 다른 대형 플랫폼 종속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노동시장 재편, 고용 안정성 문제 역시 정책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알리와 신세계의 결합은 이번 한국 자본시장에도 양면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단 글로벌 자본이 한국을 ‘아시아 유통 허브’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실제로 한국 기업 대상 외국인 M&A는 2023년 한 해에만 약 15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번 알리의 진입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자본의 위축 우려가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대형 M&A가 잇따를 경우 국내 유통·서비스 산업이 외국 자본 주도 아래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결합을 계기로 미국·중국·중동 자본이 한국 매물을 연이어 노리는 ‘M&A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 경우 산업 자율성과 정책적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신세계–알리 결합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합병이 아니라, 한국 유통업과 자본시장이 글로벌 자본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고 경쟁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소비자 혜택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기회가 있는 동시에 데이터 집중, 고용 불안, 산업 자율성 위축 등 많은 리스크가 병존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단순히 승인 여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데이터 활용·공정 경쟁 질서 등 구조적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관리할 정책적 장치 마련까지 뻗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