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이 20일 목요일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이 20일 목요일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와 진행해온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구상을 우크라이나 측에도 직접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해당 계획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러시아에 기운 종전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주 우크라이나 인사들과 만나 새 평화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인사는 지난 한 달간 조용히 구상을 다듬어왔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어떤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양측과 동등하게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악시오스와 NBC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주 동안 러시아 측과 비밀 접촉을 이어가며 새로운 종전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초안은 △우크라이나 평화체제 △안전보장 △유럽 안보 구도 △미·러·우 3국의 장기적 관계 등 네 개 범주로 구성된 총 28개 항목을 담고 있다.

작성에는 위트코프 특사를 비롯해 JD 밴스 부통령, 루비오 장관, 재러드 쿠슈너 등이 관여했으며, 러시아 측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국부펀드(RDIF) 대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는 10월 말 양측 대표단이 사흘간 비공개 회동을 갖고 초안의 윤곽을 사실상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계획이 "러시아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 군 병력을 절반 이하로 감축하며, 외국군 주둔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어의 공식 언어화와 러시아 정교회 우크라이나 지부의 공식 지위 부여 방안까지 거론됐다.

우크라이나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NBC는 "우크라이나는 큰 윤곽만 전달받았을 뿐 작성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워싱턴이 모스크바 요구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외교 접촉도 강화되고 있다.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이 이끄는 고위 군 대표단은 19~20일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미국·유럽 당국자들은 "군사 기술 협의 외에도 백악관의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지원하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대표단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 후 모스크바로 이동해 러시아 측과도 추가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개 항목 평화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고할 만한 새로운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드리스콜 장관과의 면담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전황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드리스콜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전날 러시아는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해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반복되는 공격은 대러 압박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증거"라며 서방의 제재와 군사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레빗 대변인은 "계획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대통령은 이 구상을 지지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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