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출처=연합]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출처=연합]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피지컬AI 항만’ 건설 협력을 논의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실시간 자율판단·예측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항만 모델을 공동 구축하는 구상이다.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의 역할도 주목된다.

■ 배경훈 부총리, HD현대 역할 강조

지난 20일 판교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UAE 정상회담의 후속 성과를 설명했다.

이날 배경훈 부총리는 UAE 방문을 마친 뒤 공항에서 곧바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열린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했다.

축사에서 배 부총리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UAE에 피지컬AI 항만을 구축하자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질적 성공 사례를 만드는 측면에서 HD현대가 그 역할을 잘할 것으로 믿는다”며 “조선이나 피지컬AI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하고 산업 생태계를 함께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부 장관이 UAE 정상회담 성과를 말하고 있다. [사진=진명갑 기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부 장관이 UAE 정상회담 성과를 말하고 있다. [사진=진명갑 기자]

배 부총리와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MOU 체결식에 앞서 약 10~20분간 환담을 갖고 피지컬AI 항만 구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피지컬AI는 소프트웨어에 머물던 인공지능을 물리 세계의 사물·로봇·설비와 결합한 개념이다. 카메라와 센서, 로봇팔, 자율이동로봇(AMR) 등이 눈·손·다리 역할을 하고, 이를 인지·예측·판단하는 두뇌가 AI로 기능한다.

피지컬AI 항만은 항만 내 모든 물리 인프라를 AI와 로봇으로 연결·지능화한 차세대 항만 모델이다. 안벽 크레인, 야드크레인, 자율주행 트럭, 무인 운반차(AGV), 물류창고, 보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 설비를 센서·카메라·디지털트윈 기술로 묶고, 이를 통합 AI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관제·최적화한다.

기존 스마트 항만이 부분적 자동화·원격 제어 수준에 머물렀다면, 피지컬AI 항만은 선박 입항 일정, 기상·해상 정보, 장비 상태, 육상 운송 수요를 통합 분석해 하역 순서와 야드 배치, 트럭 동선까지 스스로 재조정하는 점이 특징이다.

▶ 정기선 HD현대 회장 [제공=HD현대]
▶ 정기선 HD현대 회장 [제공=HD현대]

■ 정기선 회장 ‘AI 조선소’ 구상과 맞닿아

배 장관이 HD현대에 역할을 주문한 대목은 정기선 회장이 추진해온 ‘AI 조선소 전환’ 전략과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항만에서 조선·해양플랜트로 이어지는 전 밸류체인을 피지컬AI 기반으로 재편하려는 과정에서 정부의 방향성과 기업의 전략이 맞물린 셈이다.

HD현대는 2021년부터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함께 ‘미래형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데이터 분석·가상현실·로보틱스·자동화·AI 등 첨단 기술을 조선소에 적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해 팔란티어 알렉스 카프 CEO와 회동하고 AI 조선소 프로젝트의 진척 현황을 공유했다. 방산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조선소의 생산성을 30% 높이고 건조 기간을 30% 단축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HD한국조선해양 내 AI 전담 조직을 ‘AIX 추진실’로 재편해 김형관 사장이 총괄하는 체제로 강화했다.

정 회장은 협약식에서 “전통 제조업은 AI를 중국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적용해 원가를 낮추고 선박 연비를 개선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전환은 HD현대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임을 체감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개발 중인 소버린AI가 정확성·경량화·가격 경쟁력 등에서 중국·미국 모델을 넘어설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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