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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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진 만큼 실질 가치 하락은 더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89.09(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3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정점에 달했을 때 기록한 89.29보다 더 낮고,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 당시 수준(86.63)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원화의 실질 가치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REER은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기준연도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BIS 통계에서 한국의 10월 REER은 64개국 가운데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한 달 동안 하락 폭 역시 뉴질랜드(-1.54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한국만 놓고 보면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원화 약세는 달러 강세와 엔·위안화 약세 흐름이 동시에 겹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95 아래로 내려온 REER은 올해 12월 계엄 사태를 거치며 90선까지 떨어졌고, 최근까지도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2일까지 원화 가치는 2.6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엔화는 1.56% 하락하는 데 그쳤고, 호주달러(-1.31%), 캐나다달러(-0.65%), 스위스프랑(-0.51%), 영국 파운드(-0.41%), 유로(-0.19%) 등 주요 통화의 하락률도 원화보다 작았다. 중국 역외 위안은 0.24% 강세였다.

달러 강세 속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증가가 달러 수요를 키우며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상황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환율은 지난 21일 장중 1476.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미·중 갈등과 미국 관세 이슈가 고조됐던 지난 4월 9일 이후 최고치다. 당시 급등은 일시적이었지만 최근의 상승은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추세 상승하는 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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