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맥켄지가 2025년 11월 16일 뉴욕시 IFC 센터에서 열린 Doc NYC의 "Everyone Is Lying to You for Money" 상영에 참석했다. [출처=CNN]
벤 맥켄지가 2025년 11월 16일 뉴욕시 IFC 센터에서 열린 Doc NYC의 "Everyone Is Lying to You for Money" 상영에 참석했다. [출처=CNN]

암호화폐 산업이 지난 1년간 제도권 편입에 가까운 수준의 정책 지원과 자본 유입을 확보했음에도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10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약 30% 떨어졌고, 낙폭은 주식시장 전반보다 훨씬 크다.

암호화폐 산업은 올해 주류 투자자 자금, 업계가 주도한 초당파적 법안, 규제기관의 우호적 대응,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까지 확보하며 '정상화의 원년'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급격한 변동성과 신뢰 하락을 겪고 있다.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벤 매켄지는 최근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 DOC NYC에서 신작 'Everyone Is Lying to You for Money'를 공개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제 둔화와 과도한 투기 심리가 결합되며 암호화폐가 시장 내 가장 취약한 지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매켄지는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입 전략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지만, 최근 기업 실적 부진이 그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해온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가 한 달 새 약 40% 하락하면서 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매켄지는 "기업이 보유분을 매도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시장 내 대규모 레버리지 사용이 급락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동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폭락 속도가 상승기보다 더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매켄지는 "규모는 커졌지만 변동성은 줄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을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으로 꼽았다.

암호화폐가 '기초자산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그의 비판도 이어졌다. 매켄지는 "초기 참여자가 큰 이익을 냈다는 주장은 본질적 가치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누군가의 이익은 다른 누군가의 손실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세탁, 영향력 거래, 테러 자금 흐름 등 범죄 활용 사례가 도덕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위험도 언급됐다. 그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 지지 발언을 본 순간 불길한 조짐을 느꼈다고 했다. "최근 여론 지지율과 시장 흐름을 보면 상황이 달라지는 조짐이 있다"고 전망하며 향후 정책 리스크가 시장에 추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매켄지는 암호화폐 비판을 넘어 향후 AI 산업의 투기성 과열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AI가 훨씬 큰 판을 형성하고 있고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대단해질 것'이라는 판매 방식은 두 산업에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암호화폐와 달리 AI는 적어도 실제 기능을 갖고 있다"며 차이를 구분했다.

암호화폐 산업은 올해 제도권 편입이라는 숙원을 달성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구조적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규제 투명성이 향후 시장 안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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