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되면서 지난해 2월 17일 이후 353일간 지속된 총수 부재 상황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선고공판을 마친 후 구치소로 돌아가 귀가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수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각 계열사들의 사장단 인사가 지체되고 2017년에는 1000억원 이상 대형 M&A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부침을 겪어 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부재 상황에서도 상생 경영과 반도체로 인한 최대 실적의 혜택을 나누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국내의 1차 협력사들과 납품단가 협상을 진행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협력사들이 겪는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응하는 의미도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대규모로 실시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의 과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주당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3조원을 기록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갱신했으나 250만원을 웃도는 가격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와 함께 50대 1 액면분할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액면분할 결정은 IR 및 재무팀의 극소수 관계자만이 아는 상황에서 철통 보안을 지켰으며 이 부회장의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된 이 부회장의 공식 행보로는 오는 9일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2월 말~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등이 거론된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함께 유치를 위해 발로 뛴 전력이 있는 만큼 참가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완전 무죄가 아닌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즉각적인 복귀보다는 시간을 두고 경영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달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