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어진 코로나 펜데믹을 계기로 쇄신책을 꺼내든 유통·식품업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연합뉴스

길어진 코로나 펜데믹을 계기로 쇄신책을 꺼내든 유통·식품업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또 오는 5월 새로 개막될 윤석열 정부 체제를 주목하며 새 정부가 내놓은 내수 진작책과 유통법 개정 여부에 시선을 주시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유통업계에선 우선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새 정부가 통상 내수 활성화에 공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한 기대감이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광주 유세 현장에서 '복합쇼핑몰 건설 추진' 공약을 내걸면서 기존 유통업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윤 당선인은 "광주시민들은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면서 "어쩔 때는 대전으로도 올라가신다고 한다. 이게(쇼핑몰 건립 추진이) 뭐가 어렵냐"며 변화 의지를 표출했다.

앞서 2015년 광주시는 광주신세계와 함께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200실 규모의 특급호텔 건립을 준비했다. 당시 광주신세계는 호텔을 짓기 위해 백화점 인근 부지까지 사들였지만 인근 중소상인들의 저항과 기존 정치권에 반대로 무산됐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가 당시 반대 명분이었다. 현재 광주에는 복합쇼핑몰은 물론 코스트코, 이케아와 같은 대형 창고형 할인 매장이 전무하다.

윤석열 당선인의 이같은 공약 발언을 계기로 업계에선 유통법 개정도 재부상했다. 역대 정권은 그동안 진보, 보수 양쪽 모두 대형 유통 기업을 규제해왔다. 유통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소비자 보호,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그 근거다.

하지만 유통법은 2010년 들어 골목 상권과 소상공인 생존을 위해 대형 유통 기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0년 전통 상업 보존 구역을 만들고 전통 시장 반경 500m 내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입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2011년 이 범위를 전통 시장 반경 1km로 넓혔다.

규제 폭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2012년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24시간 영업을 규제하고 월 1~2회는 의무 휴일로 쉬도록 강제했다. 2013년 의무 휴업일을 월 2회로 지정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했다. 2020년에는 월 2회 의무 휴업 대상을 대형마트 등에서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으로 넓히고 전통 상업 보존 구역을 1km에서 20km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e커머스 기업들이 코로나 펜데믹을 계기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과는 달리 전통유통업계는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등으로 사업의 제한받고 있다는 주장을 피력해 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유통 규제를 강화했는데 그 사이 온라인 유통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유통사가 희생해야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정치권의 이분법적 사고 대신 상생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유통·식품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노르웨이산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연어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어 유통·식품업계가 해당 품목 가격 상승 추세를 예의주의하며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수입의 98% 가량을 사용 중인데 연어는 러시아를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들여온다. 3주째 이어지는 우크라 침공으로 러시아 영공이 폐쇄되자 항공편들이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연어 가격은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더해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명태와 킹크랩 가격도 급등세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수산물동향에 따르면 이달 7~12일까지의 평균 연어 도매가격은 1㎏당 2만1600원으로 전주(2월28일~3월5일) 대비 60%(1만3100원) 치솟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 시에는 무려 90%까지 뛰어오른 규모다.

러시아산 명태와 킹크랩도 급등했다. 지난 7~11일 명태(21.5㎏) 평균 가격은 전달 대비 10% 오른 4만100원이었다. 킹크랩의 이달 1주차 가격은 9만7400원(㎏당)으로 전주 대비 47.1% 가량 뛰었다. 지난해 평균 가격이 5만72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 식음료·유통업계는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영업 위축이 될 수 있어서다.

이마트는 사태가 길어질 경우 칠레산 냉동 연어 등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크는 호주산 연어를 공수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주 먹지 않는 킹크랩에 비해 연어는 이미 대중화된 수산물이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상 폭이 클 수 있다"면서 "사전 비축이 가능한 냉동 훈제연어 등은 가격을 동결하고 대체 산지 확보 등으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차로 접어든 코로나 펜데믹에 대한 탈출 전략도 유통·식품업계의 주된 관심사다.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조정과 관련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유통·식품업계는 '일상화된 코로나'를 서서히 준비 중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8일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유행 정점이 지나고 나면 법정 감염병 2급 전환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업계는 소비 회복세를 예상하며 봄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 심리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한 롯데백화점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5대 패션 그룹인 한섬, 삼성물산, 바바패션, 대현, 시선과 함께 브랜드별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서용석 롯데백화점 여성패션 부문장은 "장기간 침체되어온 패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혜택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면세점도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가 18일부터 폐지되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도 21일부터 면제되면서 면세 쇼핑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라면세점은 6월 30일까지 출국자 가운데 3000달러 이상 구매하거나 기간 내 합산 구매액이 5000달러 이상인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신라호텔 S멤버십과 파크뷰 이용권 등을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날 저녁 8시 라이브 스테이지 방송 '스테이지 : 썸'을 선보이며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비보잉 댄스 크루 리버스크루의 곤조, 시노비, 너리원이 신세계면세점 본점 10층의 미디어 파사드 등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펼쳐 보인다.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가 일상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확대되면 면세점을 찾는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상황과 정부의 방침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코로나 시대를 돌파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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