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2년간 크게 오른 신조선가를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우 운임 하락으로 발주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LNG선 시장은 견조하다. 유조선 시장도 중국의 일부 남아 있는 납기를 채우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7일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앞으로 선박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LNG선 가격은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2억6000만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컨테이너선은 중국 조선소와 경쟁하는 구도를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운임 자체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적정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17만4000㎥급 LNG선의 최근 시장가격은 2억5500만달러로 지난해 말(2억4800만달러) 대비 700만달러 상승했다. 2020년 1억8600만달러에 그쳤던 신조선가는 2021년 2억1000만달러, 지난해 2억4800만달러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억4200만달러 수준이던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2021년 1억8900만달러까지 오른데 이어 지난해 2억달러 선을 돌파했다. 최근 신조선가는 2억1600만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100만달러 상승한 수준이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운임 하락으로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컨테이너선의 빈자리를 유조선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선주들의 문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 2척에 그쳤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는 올해 1분기 단 한 척도 발주가 없다. 수에즈막스 유조선은 5척 발주에 그쳤다. 1만~5만5000DWT 사이의 석유화학제품선은 34척이 발주되며 글로벌 선사들이 원유운반선보다 석유화학제품선 발주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반영했다.
유조선 발주도 중국 조선업계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수주몰이에 나서면서 씨탱커스(Seatankers), 유로나브(Euronav),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 마란탱커스(Maran Tankers) 등 유럽 선사들이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VLCC 발주 수요는 많다. 선사와 조선사 간 선가에 대한 갭이 줄어들 때 발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한적인 슬롯을 갖고 영업하고 있다. 중국이 낮은 선가로 물량을 채워주는 것은 우리(HD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선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삼호가 높은 가격으로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2025년 납기 일부를 비워뒀고 때마침 투자하는 선주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먼저 발주에 나서서 '트리거' 역할을 해주는 선주가 있다면 시장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골선사인 마리나키스(Marinakis)와 안젤리쿠시스(Angelicoussis)까지 중국을 선택한 점은 안타깝다. 중국의 2026년 슬롯도 거의 다 소진됐다. 향후 양호한 신조선가로 좋은 물량을 수주하는 '빌더스 마켓'을 지키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전략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