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가 명품 카테고리 확장에 본격 나서면서 최근 명품 해외직구(직접구매) 플랫폼 입점에 몰두해온 토종 이커머스들이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명품 시장마저 C커머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패션 플랫폼 ‘쉬인(SHEIN)’과 리셀 플랫폼 ‘포이즌(POIZON)’은 이달부터 발란과의 제휴를 통해 명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해당 제휴는 명품 카테고리 개척이 필요한 두 중국 플랫폼 측에서 발란에 먼저 제안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C커머스가 유통하는 제품에 대한 가품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는 상대적으로 검열 단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한국 플랫폼 입점을 통해 시스템 보완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발란이 자사에 들어온 국내 판매자, 해외 부티크 등 명품 공급업체 제품들을 먼저 검수한 뒤 쉬인과 포이즌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C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 공산품을 넘어 명품 카테고리까지 강화하고 나서면서 한동안 명품 해외직구(직접구매) 플랫폼 입점에 공을 들여온 토종 이커머스 입장에는 불똥이 튀게 됐다.
C커머스들은 일단 중국·미국시장을 필두로 글로벌 명품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한국 명품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지난 6월 12일 SSG닷컴은 캐나다 명품 플랫폼 ‘에센스’를 품었으며 이전에도 네타포르테, 미스터포터, 마이테레사 등 해외 직구 플랫폼 입점시킨 이력이 있다. 롯데온도 같은 날 ‘에센스’ 공식 매장을 개설한 바 있다.
이들 토종 업체는 국내에서 전개하는 명품 사업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지만 해외 직구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인프라를 넓혀왔다. 특히 초저가 공산품 부문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C커머스보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카테고리 늘린 것이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는 것 자체도 위협 요소지만, C커머스가 가품 논란을 어느 정도 극복한 이후 한국 명품 시장까지 발을 들일 경우 병행 수입업체, 오픈마켓 등 명품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을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짝퉁·저품질 논란이 많았던 중국계 이커머스의 경우 명품 사업에 있어서 진품 감정 신뢰도가 낮다는 점이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발란과의 제휴를 통해 ‘철저한 검수 시스템’ 등을 표면에 내세워 논란을 극복해나갈 심산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쉬인 등 중국계 플랫폼들이 한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실제로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초저가를 표방하던 외국산 채널들이 명품 카테고리까지 발을 뻗기 시작하는 것은 토종 이커머스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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