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와 사업장을 잇따라 찾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5번째로, 광폭 현장경영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5년 3개월 만에 '잠행'을 깨고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시작으로, 한화로보틱스(4월)·금융계열사(4월)·한화에어로 방산부문 창원사업장(5월)을 차례로 돌며 현장을 점검 바 있다. 최근엔 그룹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한화 판교 R&D 캠퍼스'를 방문했다.

임직원 사기 진작과 함께 승계 구도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하고, 각 아들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읽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첨단기술 연구개발 전진기지인 경기 '한화 판교 R&D 캠퍼스'를 찾아 현장을 살피고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화 판교 R&D캠퍼스는 △한화비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 △비전넥스트 등 제조 계열사 각종 신기술의 거점으로 한화그룹 미래 기술 개발의 중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판교 R&D센터 직원 식당을 방문해 한화정밀기계, 한화비전 등 입주사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판교 R&D센터 직원 식당을 방문해 한화정밀기계, 한화비전 등 입주사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한화그룹] 

특히 이번 행보는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 분할한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로 거듭난 직후 단행된 현장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한화그룹 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3남'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부사장)과 함께 한화비전, 한화정밀기계 연구실 등을 두루 살폈다. 

김 부사장은 10월부터 한화비전의 미래비전총괄을 맡아 글로벌 시장 전략 수립과 함께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새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에선 △산업현장 모니터링 △독도 실시간 모니터링 △물류 현장 분석 솔루션 △사이버 보안기술 등 최신 AI 기술을 적용한 한화비전의 각종 영상 보안 기술이 시연 됐다. 기술 현장을 곳곳을 둘러본 김 회장은 제품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 법인의 최근 성과를 직접 언급하며 격려했다.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 제조 R&D실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 장비를 시연했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 검증(퀄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다.

김 회장이 한화 판교 R&D 캠퍼스를 찾은 건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와 한화로보틱스 연구소를 잇달아 찾는 등 기술 개발 현장 점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첨단기술 혁신을 견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 산업"이라며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의 행보는 최근 수년간 이어온 잠행을 깨고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것인 만큼,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산업계의 기틀을 닦은 재계 1·2세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 보란 듯이 공개 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승계작업 완료 임박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항공우주·에너지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사업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유통·로봇 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오랜 잠행을 끝내고 직접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찾고 실제 운영 상황을 직접 파악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해 졌다"며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세 아들의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창업정신을 되새기며 그룹 창립 72주년을 맞이한 임직원들에게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신념과 최고를 향한 끈질긴 집념으로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고 100년 한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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