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투자 이종익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올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였던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갈등도 조만간 종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을 주요 사업모델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사업 전략을 신속히 수정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경영은 본래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벤처투자 침체기에는 대표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심해져 기업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놓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당장 기업의 생존에 관련되지 않으면 우선 순위를 뒤로 돌리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지적재산권이 이와 같은 경우이다.

스타트업은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 때,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본래 사업과 관련이 낮은 정부과제나 용역사업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TIPS 나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경쟁률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스타트업의 속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신속하게 사업화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는 데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자금은 충분하지만, 방만한 조직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느린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LED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적 거대 기업인 필립스, 오스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있다.  1987년 설립된 서울반도체이다. 현재 매출 기준 세계 3위를 넘보고 있는 이 회사 성공 스토리의 핵심은 지적재산권 전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설립 초기부터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특허를 확보해 현재 1만8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때로는 이를 지키기 위한 소송도 마다하지 않았다.  20년 간에 걸쳐 100건 이상의 소송에서 승리함으로써,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계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뛰어난 노하우와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를 잘 포장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는 부분이 취약한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번 기고에서는 지적재산권과 영업 비밀 등 무형자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운영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형자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회사가 수익 모델(BM)을 잘 수립해 안정적인 매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가져다 주는 사업의 비밀을 자산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지적재산권은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한 항목이기도 하지만 고객 등 이해관계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구분된다. 스타트업이 창출하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은 산업재산권에 속하며, 모두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무형 자산이다. 별도 법률로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업 비밀도 지식재산권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지식재산기본법 제3조에서는 "지식재산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나 경험을 통해 창출되거나 발견된 지식, 정보, 기술, 사상과 감정의 표현, 영업 및 물건의 표시, 생물의 품종, 유전자원 등 무형적인 것으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으려면 출원과 유지에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회사내에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변호사나 변리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는 회사가 보호해야 할 무형 자산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회사의 기술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길 바란다.  해당 사항이 많을수록 법적 보호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핵심 노하우나 기술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기존 기술과 비교해 뚜렷하게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특성이 있는가?)

-기술이 공개되더라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특허 출원을 하면 법적 보호가 가능해지지만, 기술 자체는 공개됨을 의미)

-기술을 내부에 보유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더 유리한가? (핵심 기술을 비밀로 보유하다가 경쟁사가 먼저 특허를 출원하면 불리할 수 있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여러 나라에서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이 이익인가? (해외 시장이라면 법적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많음)

-법적 보호가 신규 고객 확보나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는가?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인정 받음)

-특허 등록 후 경쟁사의 유사 특허 출원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가? (기술 공개로 경쟁사 유사 기술 개발 촉진에 대응할 역량이 필요)

-지적재산권 출원 및 유지 비용이 사업 수익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는가?  (지적재산권 유지 비용이 작지 않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예”라는 답이 많이 나온다면, 변리사와 같은 전문가와 상의하여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전문가를 만나기 전에 지적재산권에 대해 기본적인 공부를 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적재산권이라 하면 주로 특허만 떠올리기 쉽지만, 법적으로 보호되는 요소는 다양하다. 눈에 보이는 형상이나 모양 등은 실용신안으로 보호받을 수 있고, 디자인 역시 법적으로 보호된다. 때로는 색상이나 소리와 같은 요소들조차 상표법으로 보호될 수 있다. 경영진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효과적으로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의 보호 기간은 발명 특허 20년, 디자인 특허 15~20년, 실용신안권 10년 등으로 구분된다.  바이오 분야와 같이 사업화에 오랜 기간이 필요한 경우, 너무 이른 특허 출원은 회사의 가치와 수익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출원 제도의 경우, 나라별로 법 적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보호가 필요한 항목을 장기적 또는 중기적으로 나누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국가별 특허 출원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므로, 국가 선정에 따른 시기와 방식에 대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자체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기존 특허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창업되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기술을 이전받거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허 사용 계약 시, 독점적 권리나 배타적 권리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통 실시권으로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시권이 전용인지 통상인지에 따라 사용 범위가 제한될 수도 있다. 실제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외부 특허의 사용 권리와 범위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도 여러 나라에 국제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개별 국가에 효율적으로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라는 제도가 많이 활용된다. PCT를 통해 한 번 신청으로 150여 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PCT는 특허 등록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PCT는 최대 1년 동안 각국에 출원의 우선권을 주장하는 개념이므로, 이후 진출 시장이 선정되면 해당국에 정식 출원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간혹 회사에서 발명자와 출원자 문제로 소송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회사 직원이 발명한 기술을 회사 명의로 출원하지만, 관련 규정이나 계약이 없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적절한 보상 제도를 마련하여 직원의 창의성과 혁신 기술이 회사의 가치 증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스톡옵션, 발명 보상금 뿐 아니라, 발명으로 인한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한 성과보상금 지급 제도 등이 효과적인 보상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전에 적절한 규정 및 절차에 따라 필요시 직원의 서명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 회사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내부 절차와 규정을 철저히 갖추어야 한다. 내부 정보 보호 및 보안 규정을 마련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와 기밀유지 협약(NDA)을 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요 데이터는 외부망과 분리된 내부 서버에 보관하고, 암호화를 통해 보호해 데이터가 유출되더라도 활용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노트북이나 USB와 같은 이동식 매체에 회사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한 보호 방법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보안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지 전문가에 의한 주기적으로 점검도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조직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특허법인과 같은 외부 전문조직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해당 전문가가 스타트업이 속한 산업과 사업모델에 능통하다면 더욱 효과이다.  따라서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담당할 전문가가 적절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프리스KIPRIS(Korea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formation Service)라는 특허청의 무료 특허 정보 검색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을 검색할 수 있으며, 특허 등록 대리인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은 2010년 한국의 작은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현재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2021년 미국 증시에 상장되었으며, 이제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와 물류 분야의 핵심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쿠팡은 혁신적인 로켓배송 서비스, 대규모 물류센터와 자체 배송 시스템이 유명하지만, 이러한 성공 뒤에는 지적재산권이 큰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  쿠팡은 2024년 상반기 기준, 2,100건이 넘는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문을 예측해 물류센터에 할당하거나 동일 지역의 상품을 묶어 배송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특허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은 자본주의의 산물이이만, 스타트업이 혁신적 솔루션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평한 기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적재산권은 스타트업의 핵심 자산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스타트업들도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 제시했던 서울반도체와 쿠팡은 각각의 사업모델과 서비스를 지적재산권으로 잘 보호해서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단순히 기술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스타트업 성공의 중요한 무기라는 점을 잊지 말자.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지켜야 할 것들은 제대로 지키자. 대한민국 멋진 스타트업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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