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635_663101_4312.jpeg)
새해가 밝으면 사업가들은 성공적인 한 해를 소망하며 비전을 수립하고 이에 기반한 사업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작년 말 예상치 못했던 중대한 사건들로 인해, 올해는 정신없이 시작되어 벌써 한 달이 지나가 버렸다. 그 사이 트럼프의 취임으로 미국에서는 ‘트럼프 2.0’ 시대가 열렸고 국내 정치, 경제 상황 또한 급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적 격변기라 정의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상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를 무기삼아 무역 패권과 보호무역 조치가 우선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경쟁 우위를 가진 빅테크 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환경 및 신재생 에너지 정책은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에너지, 농업 등 관련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전 세계적인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며,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10일 라스베이거스에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CES는 이제 단순한 전자제품 전시회를 넘어 모빌리티, 로봇, 의료, 우주항공 등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혁신 기술과 미래 트렌드를 선보이는 글로벌 무대로 자리 잡았다.
올해 CES는 ‘Dive in’(깊이 탐구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인공지능(AI)과의 연결성이 핵심 메시지로 파악된다. 이는 모발리티, 로보틱스,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AI는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요소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 업무계획을 통해 ‘혁신과 스케일업’, ‘선제적 미래 대응’, ‘민생경제 활력 회복’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며, 벤처와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2025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공고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시작했으며, 초격차 스타트업 1,000개 육성 프로그램 또한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매년 진행되는 아기유니콘, 청년창업사관학교, 글로벌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도 조기에 시작하며 스타트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현금성 자산을 확대하여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핵심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은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으며, SK그룹은 AI 사업을 대규모로 확장하는 한편, 기존 사업을 리밸런싱해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신기술분야에 집중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고, LG그룹은 AI·바이오·클린테크를 그룹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더욱 민첩하게 시대의 변동에 맞추어 똑똑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신속하게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
■가치를 뒷받침하는 KPI 관리
■적극적인 사업 협력과 연합
■핵심 고객 유지 및 확대
1)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출발하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은 고된 여정이다. 이후 힘들게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모험적인 스케일업을 시도한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투자 시장은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팀역량을 갖춘 우수한 스타트업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도 과거와는 다른 접근 전략을 취해야 한다. 우선 현금흐름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추가 자금 없이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최소 6개월 이상의 안전 자금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체크리스트화하여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투자나 융자 등 자금 유치 과정에서 충분한 리드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급변할수록 투자자나 대출 기관의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정부 지원금과 정책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고금리 차입금을 가능한 한 저금리 차입금으로 신속히 대체하길 권장한다.
자금 집행에 있어서도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되는 의사결정은 반드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ROI(Return on Investment)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표는 자금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가능한 주별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세밀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투자금이 필요치 않더라도 VC,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경영은 철저히 효율성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매출 기여도가 낮은 인력은 과감히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자. 협업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지적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직원이 퇴사해도 사업은 중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와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개발인력을 포함해 외부에서 처리 가능한 업무는 과감히 아웃소싱하여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자.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작은 실패에서는 반드시 피드백을 통해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를 내재화해야 한다. 자율적인 소통과 운영은 스타트업의 기업 문화로는 바람직하지만, 관리체계가 없는 자율성은 조직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은 스타트업 운영의 필수 요소이다.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고급 사무실, 고가의 집기나 시설은 스타트업에게 과도한 사치에 불과하다.
2) 가치를 뒷받침하는 KPI 관리
결국 기업의 가치는 현금창출능력을 말한다. 특히 영업이익 창출능력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이다. 첨단 기술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영업이익률이 높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이 기업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스타트업이 된다. 따라서 영업이익을 뒷받침하는 주요 지표(KPI)의 관리는 스타트업 경영에서 필수적 요소다. KPI로는 유료서비스 가입자 수, 재구매율, 고객당 매출, B2B 기업 매출등이 대표적이다. 이때, 기업에 적합한 KPI를 설정하되, 반드시 영업이익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KPI는 명확한 숫자로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달성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회사 매출 목표와 KPI는 정확히 연계되어야 한다. KPI는 3개 정도의 핵심 지표를 선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각 팀의 KPI는 팀 간 유기적인 연결성을 고려하여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출 목표는 유지 고객 수, 유료 전환율, 반품 비율, 사용자 만족도등 부서별 KPI와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KPI 관리는 영업이익 증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표로 작용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KPI 가 수정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정의 근거로 제품-시장 적합성(PMF, Product-Market Fit)이나 사용자 경험 데이터 분석과 같은 검토 과정을 거쳐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PI를 설정할 때는 달성 가능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영업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쉬운 KPI를 선택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신규 고객 확보 수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기여 매출이 일정 금액 이상인 고객 수를 KPI로 설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설정된 KPI는 최소 주간 단위로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보상 및 인센티브 체계와 연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주별, 월별, 분기별, 연간 단위로 분석하여 추세와 달성률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KPI 데이터를 모든 구성원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에 시각화하거나 보고서 형태로 공유하는 것을 권장한다. KPI의 달성률과 증가율은 기업이 얼마나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특히, 이러한 KPI 관리는 스타트업이 극초기(창업 3년 이내)를 벗어난 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고 성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 적극적인 사업 협력과 연합
초반에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과의 협력 방식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 M&A, 지분투자등 다양한 형태가 고려될 수 있다. 대기업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사업 전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유연하고 신속한 사업 수행 체계를 가진 스타트업은 이러한 대기업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협력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의 C-Lab과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에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액셀러레이팅, 초기 투자를 통해 육성하지만, 사업성과 기술성이 입증되면 대기업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자원을 활용하여 기술과 시장 검증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상호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에따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대기업이 스타트업 지분에 참여하거나 M&A방식으로 인수하는 경우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성장과 혁신의 발판을 제공하며,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트업 간의 협업 역시 좋은 전략이다. 다만, 시너지가 기대되는 사업 모델과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층이 겹치거나 밸류체인에서 서로 연계되는 경우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와 IoT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회사가 협력한다면 높은 시너지가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같은 고객층을 공유하는 핀테크 기업과 리테일 플랫폼 기업 간의 협력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타트업 간 협력은 비용 절감과 자원 최적화를 위해서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공동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공동 제품 패키지를 만들어 판촉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또한, R&D나 생산시설을 공유하여 비용을 최적화하거나, 공동 사무실 사용및 A/S나 부품 구매의 공동 진행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정부 용역에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하거나 공동 수급 방식으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북미 선진국 시장, 인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시장은 매우 중요한 타겟이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독자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기보다는, 검증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과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K-콘텐츠와 K-테크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4)핵심 고객 유지 및 확대
스타트업에게 초기 고객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PMF가 완료한 후 유입된 고객은 장기적인 성장의 기반이자 지속적인 고객 베이스 확장의 씨앗 역할을 한다. 따라서 초기 사용자나 고객의 유지율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정기적인 고객 인터뷰에는 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고객의 불만이나 목소리(VoC, Voice of Customer)는 대표가 직접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장기 고객을 유지하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며, 고객 이탈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고객이 신규 고객을 추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고객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캠페인과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출 기여도에 따라 할인, 리워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며, 초기 고객의 입소문(바이럴)은 매우 강력한 마케팅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객 추천에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품 개선이나 신제품 기획 시 고객을 직접 참여시키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비활성 고객에게도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나 이벤트를 통해 꾸준히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골 고객이나 충성 고객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거나 경쟁이 치열해질 때 기업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충성 고객층이 두터운 기업은 매출 파이프라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Apple의 성공 사례는 초기 제품부터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애플 고객들에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체성을 부여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Apple은 제품 간의 연동성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확장하여 고객 잠금(Lock-in)효과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은 스타트업들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기회로 가득 찬 한 해가 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스타트업이 가진 민첩함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오히려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효율적인 경영, 엄격한 KPI 관리, 협업 확대, 그리고 핵심 고객층 강화 전략을 통해 성공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자.
어려운 대내외 환경이지만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끈기와 저력을 가지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의 위대한 도약과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