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777_673653_2425.jpeg)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 이후 비즈니스 환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아이디어나 실행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AI는 고도화된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하는 동시에, 기업 간 무한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2026년까지 전 세계 기업 80% 이상이 AI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이미 거의 모든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한편 모바일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유’에서 ‘이용’으로 바꾸는 흐름을 만들어내며, 구독 기반 경제(subscription economy)를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게 했다. 주택과 자동차 같은 고정자산은 물론, 인력과 같은 무형의 서비스까지도 빌려 쓰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 역시 SaaS(Software as a Service)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SaaS는 사용 시간이나 양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본래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형태의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적 용어로 자리잡았다.
그중에서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SaaS 서비스는 스타트업이 시장을 넓혀가며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지닌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B2B SaaS 모델로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전략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우리 스타트업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선, SaaS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SaaS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이는 곧 글로벌 확장에 유리한 구조를 의미한다. 또한 고객을 확보한 이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파이프라인(Pipeline) 효과를 통해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비즈니스 확장성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가진다. 고객 기반이 늘어날수록, 각 고객군에 맞춘 다양한 동종 또는 이종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며 사업 영역을 쉽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SaaS 모델은 매력적인 구조다. B2B SaaS 모델이 PoC(Proof of Concept)를 통해 명확히 검증된다면, 지표 중심의 성장 잠재력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CAC(고객 획득 비용), LTV(고객 생애가치), Retention Rate(고객 유지율)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스타트업 성장성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B2B SaaS 모델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것은, 해당 스타트업이 확장성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는 신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성장 기대를 가능하게 하고 기업가치 프리미엄도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SaaS 모델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우선, 일정 수준 이상 고객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선도적인 투자가 필수다. 서버 및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지속적인 업데이트 비용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한, 고객 Lock-in 효과 거두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수한 개발자와 인프라 운영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정 비용은 고객 수에 상관없이 먼저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도전은 수익화까지 걸리는 시간과 높은 고객 획득비용 (CAC)이다. 대부분의 B2B SaaS 모델은 고객 유치와 수익 전환까지 상당한 기간(통상 1년 이상)이 필요하며, 특히 대상 고객이 대기업일 경우 영업 사이클이 더욱 복잡하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서비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높은 CAC 가 발생하게 되고, 수익 실현까지의 인내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B2B SaaS 모델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매우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비스의 확장성과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는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스타트업에게 구조적인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궤도에 오른 한국의 대표적 사례를 통해, 어떤 전략이 유효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살펴볼 사례는 협업 업무 혁신 도구로 잘 알려진 ‘잔디(JANDI)’ 를 운영하는 토스랩이다. 잔디는 Microsoft, Google, Slack 등 글로벌 협업 도구들이 지배하고 있는 치열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 전략과 세분화된 시장 공략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한 B2B SaaS 사례다.
가장 먼저, ‘협업 문화의 지역적 차이’ 에 주목한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앞세웠다. 서구식 문화와는 다른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권 조직의 업무 방식에 맞춘 UX와 기능 설계가 핵심요소 이다. 실제 사용해보면, 잔디는 부서 내 업무 소통을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채널 중심이 아닌, 메신저 중심의 협업 UX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조직 규모에 따른 단계적 시장 확대 방식이다. 초기에는 100명 미만의 소규모 팀을 대상으로 한 무료 버전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 고객의 충성도와 Lock-in 효과를 확보한 뒤, 제품 만족도를 바탕으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의 점진적 확장을 유도했다. 사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기업 전용 세일즈 조직을 본격적으로 확장했고, 이에 따라 서비스 역시 메신저 기반에서 파일 공유, 화상회의, 외부 앱 연동 등 통합형 협업 플랫폼으로 진화되었다.
특히 잔디는 금융기관 및 대기업 등 보안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객층 확보에 성공하면서, 고정 수익 기반이 강화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도 본격화 하였다. 즉, 잔디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고객의 확고한 제품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서비스 품질과 고객 신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 고객으로의 확장, 나아가 글로벌 SaaS 시장으로 진입하는 성공적인 성장 로드맵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연쇄 창업과 실패를 반복하며 주목받았던 최시원 대표가 이끄는 채널코퍼레이션의 ‘채널톡’은, 국내 B2B SaaS 시장에서 매우 독창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채널톡은 기본적으로 CRM 솔루션이지만, 고객 상담 기능을 단순 응대 수준에서 벗어나 영업, 마케팅, 주문, 물류 등 전체 밸류체인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하며 차별화를 이뤄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B2B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B2C 수준의 직관성과 친숙함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널톡 고객사는 자사 구매 고객 및 이용 고객과의 소통에서, 마치 자사 직원이 직접 응대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고객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초기 성장 단계에서는 무료 상담 챗봇 기능을 ‘킬러 아이템’으로 설정했다. 챗봇 도입으로 고객 응대의 디지털화를 경험한 기업들은 점차 주문 처리, 고객 서비스, 영업 관리 등으로 기능을 확장하게 되었고, 이는 비약적인 성장 구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채널톡의 급성장에는 AI 기술 도입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초기에는 ARS 방식, 즉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따른 문의 응대만 가능했지만, AI의 학습·추론 기능을 도입하면서 다양한 고객 문의에 대해 즉각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챗봇 '알프(ALF)'는 주문, 배송, 판매, 마케팅 담당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멀티 에이전트 형태로 진화하였고, 이를 통해 서비스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구매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후 채널톡은 글로벌 SaaS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하게 되었다. AI 기반 고객지원 '서포트봇' 뿐 아니라, 사이트 방문 고객에게 먼저 말을 걸어 구매를 유도하는 ‘푸시봇’을 통해, 직구 및 역직구가 가능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환경에서의 고객 경험도 혁신하기 시작했다. 다국어 지원과 실시간 대화 번역 기능을 갖추면서 현재는 20개국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 글로벌 SaaS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결국 채널톡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기능을 담는다." 이 철학은 고객사로 하여금 소비자 접점에서의 복잡함과 두려움을 내려놓게 하고, 기술을 통해 고객 응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도록 도와주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공적인 B2B SaaS 모델은 기업 가치의 빠른 상승과 함께 수익 모델의 다각화를 제공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 모델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리드타임과 다양한 위험 요소를 동반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단계별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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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초기 성장 기반 마련 단계 : PMF → 유료화 기반 확보
대부분의 B2B SaaS는 단순히 고객뿐 아니라, 실제 사용자(회사 내 실무자 또는 외부 소비자)라는 이중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이 두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는 설계와 단계적 운영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기 고객은 성공모델 구축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은 이들과 함께 PMF(Product-Market Fit)를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PMF 검증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고객 유입이 시작된다. 이는 곧 서비스 유료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는 서비스 품질의 지속적인 개선, 고객 만족도 유지, 그리고 중도 이탈률 최소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고객 유지율(Retention Rate)을 명확히 설정하고 CSM(Customer Success Manager) 중심의 고객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고객을 위한 콘텐츠 마케팅, 커뮤니티 운영, 사용자 피드백 환류등 상호작용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②스케일업 & 글로벌 진출 단계→기능 확대와 타 시스템 연계
이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보다 규모 있는 시장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대기업 및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할 경우, 보안, 기능, 통합성 등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니즈가 발생한다. 따라서 ERP, CRM 과 같은 기업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동(Integration)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현지 업무 문화와 소비자 특성에 맞춘 철저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가별 법률, 보안 규정, 사용 행태에 맞는 맞춤형 기능과 현지화된 UI/UX 설계가 글로벌 확장의 관건이 된다.
③성공을 위한 추가 고려 요소
B2B SaaS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보다 성공 주기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다음과 같은 요소를 체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이후 격화된 글로벌 무역 전쟁은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B2B SaaS는 국경을 넘는 고객 접근성과 기술 기반의 확장성을 통해 가장 유망한 사업 모델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급속한 AI의 발전은 B2B SaaS의 성장에 '로켓 엔진'을 장착한 셈이다. 이제는 기존 사업 모델에 B2B SaaS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 혹은 전면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때다. 신속한 판단과 과감한 실행만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과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