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다. 처음에는 1~2명의 창업 멤버로 시작하지만, 곧 5명, 10명으로 확대되며 순식간에 직원 수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지만, 점차 역할이 전문화되면서 팀 단위로 조직이 나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팀 관리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만 근무했거나 아니면 조직 경험이 없는 대표는 특히 팀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기고에서는 인력 관리를 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번 기고에서는 운영 측면에서 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창업 초기에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낮은 보상조건 임에도 일하겠다는 지원자가 있다면 쉽게 채용 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이 직원 문제로 인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심지어 심각한 조직 내 문제를  겪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직원 숫자가 두 자리수가 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조직이 나뉘게 된다. 이때부터 기업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특히 작은 조직일수록 개인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바람직하지 않는 업무 태도나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 한 명이 조직 전체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채용 전에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필요 자질을 명확히 정의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내 팀 구분이 생기게 되면 팀 별 역할과 책임이 부여된다. 팀장은 팀 운영에 책임을 지게 된다. 대표가 모든 직원의 업무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보다는 팀장이 팀을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팀이 잘 못 운영되면 팀제가 조직의 시너지를 헤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표는 직접 팀원들 개개인과 팀 간 관계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려면 팀 간 밀접한 협력은 필수이다. 그래야만 스타트업의 최대 강점인 민첩성과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

효과적인 팀 운영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을 추천하며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자 한다. 

(1) 팀 빌딩 과 팀 간 협업 강화

(2) 명확한 직무 정의와 공정한 성과 평가

(3) 조직에 적합한 방법론과 협업도구(앱) 적극 활용

이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고, 운영 시스템을 통해 형성된 팀 문화는 회사의 미션과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효율적이시면서도 혁신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1) 팀 빌딩 과 팀 간 협업 강화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거나 회사를 방문하면, 흥미롭게도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가 대표의 성향과 매우 유사한 경우가 많다.  대표가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향이라면 회사도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띠는 반면, 대표가 의심이 많고 소극적인 경우 직원들 또한 위축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처럼 팀 문화는 리더의 리더십과 성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건강한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대표의 성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미션과 목표가 조직 전반에 확실히 전파되어야 한다.  핵심 가치는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공유되어야 하며, 조직이 성장하면서 팀이 여러 개로 분화될 경우 의사소통 단절과 팀 간 장벽(배타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사일로(Silo) 현상’으로 불리며, 팀이 외부와 단절된 채 독립적으로 운영될 때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팀 간 협업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기적인 팀 간 미팅 : 서로 다른 팀 간 정기적인 업무 공유 및 협력 미팅을 운영하여 정보 단절을 방지

팀 간 협력에 대한 보상 제도 : 팀워크를 촉진하기 위해 협업 성공 사례에 대해 포인트 지급또는 인센티브 제공

팀 간 정보 공유 및 TF 활성화 : 협업 도구(예: Notion, Slack, Confluence) 활용하여 정보 공유.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팀원이 공동 목표로 일하는 TF(Task Force) 팀 적극 운영.

팀 빌딩 이벤트 : 단순한 회식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활동이 효과적.  특정 테마를 활용한 게임 요소를 도입하면 팀원들 간 유대감 상승.

피드백 및 코칭 프로그램 운영 : 단순 성과 평가가 아니라, 직원의 약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피드백 및 코칭 프로그램 제공.

직무 만족도 및 스트레스 관리 : 정기적으로 직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스트레스 요인 파악.  동기 부여 요소를 제공하여 팀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임.

최근 스타트업들은 영어 이름을 사용하거나, ‘님’, ‘프로’와 같은 수평적인 호칭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계층적 조직 문화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수평적인 호칭 자체가 수평적인 소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수평적 문화는 단순한 업무 지시와 평가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팀원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칭 방식으로 변화할 때 실현된다.  조직은 수평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후,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2) 명확한 직무 정의와 성과 연계

직무기술서는 각 구성원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상세히 기술한 문서로, 팀 운영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채용 과정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는 기준이 되며, 평가 시에는 직무 수행 내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 직무기술서는 업무 간 연결 관계, 난이도, 수행 주기 등의 정보를 포함하여, 업무 개선과 통합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직무기술서는 인사 관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지만,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직무기술서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직무기술서는 한 달 단위 업무를 기준으로 작성되지만, 필요에 따라 연간, 분기별, 주별로 작성되기도 한다.  직무기술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직무 개요 및 자격 요건

-해당 직무의 정의 및 수행 목적

-요구 학력, 자격, 경력 사항

-직급 및 보고 체계(상하위 보고 및 결제 라인 명시)

2) 상세 직무 내용

-구체적인 업무 내용 및 중요도

-업무 난이도 및 수행 시간

-업무 수행 주기(일별, 주별, 월별, 분기별, 연도별 기준)

-협업이 필요한 부서 및 주요 산출물

3) 성과 측정 및 평가(KPI 및 평가 기준)

직무 수행에 대한 성과 지표(KPI)

성과 목표 (정량, 정성)

KPI 측정 방법 및 평가 기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가능한 한 정량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관리에 용이하다.  하지만 직무기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수행 시간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원 개별적으로 직무기술서를 작성한 후, 심층 토론을 통해 세부 업무 구분, 중요도, 수행 시간, 주기, 산출물 조정을 거쳐 보다 신뢰성 높은 직무기술서를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기술서가 완성되면 이를 기반으로 업무 규정, 절차, 지침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명문화된 업무 규정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조직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공식 문서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필수적이다.

-업무 품질의 일관성 유지 – 동일한 업무가 팀원에 따라 다르게 수행되는 것을 방지.

-팀 간 갈등 해소 – 업무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여 오해나 불필요한 충돌 방지.

-협업 촉진 – 명확한 업무 절차를 통해 효율적인 협업 가능.

이처럼 직무기술서를 기반으로 한 업무 체계 정립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이를 바탕으로 회사, 팀, 개인의 목표를 연결하여 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평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주기성과 공정성이다.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되, 등급 평가를 넘어 장단점 분석과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평가 이후에는 개인별 역량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투명한 성과 공개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할 경우 핵심 업무가 누락되거나 장기적 성장 전략이 약화될 수 있다.  지나친 성과 압박은 구성원의 동기 부여보다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성과 평가는 단순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조직원의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를 위한 핵심 요소로 운영해야 한다.

(3) 조직에 적합한 방법론과 협업도구(앱) 적극 활용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필수적인 환경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팀 운영과 성과 관리를 위해 다양한 성과 관리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 방법론은 고유한 특징과 장단점이 있으며, 단순히 타 기업의 사례를 보고 무조건적으로 따라 하기보다는 조직의 특성과 목표에 가장 적합한 방법론을 충분히 테스트한 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 관리 방법론은 일단 도입된 후 조직 내에 자리 잡으면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실험적인 적용을 거쳐 최적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성과 관리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 : 유연한 목표 설정이 가능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에 적합.  목표(Objectives)와 주요 결과(Key Results)를 분리하여, 측정 가능한 결과 중심의 성과 관리가 가능.

MBO (Management by Objectives) : 목표와 성과를 명확히 연계하여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  개인의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므로, 조직 내 개별 목표 달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적합. 

BSC (Balanced Scorecard) : 조직뿐만 아니라 고객, 협력사, 내부 프로세스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성과 관리 방식.  단순한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브랜드 가치, 고객 만족도 등)를 균형적으로 관리.

이러한 성과 관리 방법론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결합하여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조직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행정적 자원과 운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생산성 향상 도구(앱)가 개발되어,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많이 활동되는 국내외 앱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OKR(Objectives & Key Results) 관리 도구 : ClickUp, Lattice, 피플박스 → 목표와 주요 결과를 정량적으로 설정하고, 진행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 가능

MBO(Management by Objectives) 운영 도구 : Asana, Trello, Betterworks → 개별 목표 설정과 성과 기반 보상 체계를 운영하는 데 효과적

BSC(Balanced Scorecard) 기반 성과 관리 도구 : Quick Score, Spider Strategies → 다각적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조직 전체의 균형 잡힌 성과 평가 지원

스타트업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업무 방식이 필수적인 만큼, 성과 관리 방법론과 디지털 도구를 적절히 조합하여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팀원 간 협업을 촉진하며,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과 관리는 단순한 수치 측정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조직 운영 전략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정교한 규정, 절차, 성과 관리 방법론, IT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것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리더가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관리 시스템이 있더라도 조직의 건강한 성장과 지속적인 성과 창출은 어렵다. 

NBA의 전설적인 코치 필 잭슨(Phil Jackson)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팀의 힘은 개인에게서 나오며, 개인의 힘은 팀에서 나온다." 이와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팀원 개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것이 성공적인 팀 운영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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