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

AI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이나 서비스에서 ‘AI’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후발 주자가 시장의 지배적 강자를 넘어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술 혁신의 전환점에서는 시장의 판도가 뒤바뀐다.

과거 인터넷 혁명 시기에는 eBay, Amazon, Google이, 모바일 혁명 때는 Uber, Airbnb, Spotify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 펼쳐지고 있는 AI 시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대한민국의 스타트업들이 그 주역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거대언어모델(LLM) 분야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글로벌 LLM 시장의 최후 승자는 ChatGPT나 Gemini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기술 강국들은 ‘소버린(Sovereign) AI’ 를 앞세워 자국별 LLM을 유지하려 할 것이며, 우리나라 네이버 CloverX도 그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LLM 시장은 대규모의 자금과 자원이 투입되는 분야이기에 스타트업이 직접 경쟁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성패는 LLM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로 통합하는 능력이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스타트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거나, 데이터 분석 및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개발, R&D, 법률, 의료 등 전문 분야에서도 AI의 적용 가능성은 매우 크며, 광고, 마케팅, 고객지원 등 고객 접점이 많은 영역에서는 더욱 강력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LL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 Meta의 LLaMA와 같은 오픈소스 기반의 Open LLM이나 SLM(Small Language Model)을 맞춤형으로 최적화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비즈니스 혁신을 주도하는 엔진이 될 때, 스타트업은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AI를 사업 모델에 어떻게 접목했는지 살펴보자.  국내 스타트업들의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AI가 비즈니스 혁신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고자 한다.

먼저 '콴다'(QANDA) 서비스를 살펴보자.  '콴다'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교육 서비스 중 하나로, 초기에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업로드하면 즉시 풀이를 제공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갔다.

'콴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매스프레소(Mathpresso)’ 는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OCR(광학문자판독) 기술과 AI를 결합하여 방대한 규모의 학습 데이터와 수백억 건의 해설 데이터를 정확하게 매칭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력 덕분에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콴다'는 AI를 통한 데이터 활용 고도화를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전 세계 학생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 200여만 명 이상의 건설 일용직에게 일자리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다(GADA)’ 역시 AI를 사업 모델과 수익 모델에 적극 활용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웍스메이트’ (WorksMate)의 초기 사업 모델은 새벽 인력시장에서 건설 일용직과 건설 현장을 매칭하는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건설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의 요구도 급격히 확대되었고, 회사는 AI를 활용하여 이러한 다양한 니즈에 더욱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 참여자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첫째, 노동자가 필요한 건설 현장을 보유한 건설사, 둘째,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일용직 노동자, 셋째, 이들을 연결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다.

AI는 전국 건설 현장의 일자리를 등록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노임 수준 등 근로 조건을 예측하는 데이터를 제공한다.또한, 등록된 근로자의 근로 이력, 희망 직무, 근무 가능 지역등을 분석하여 최적의 근로자를 추천하는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와 건설 현장을 자동으로 매칭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칭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위치 정보, 거리 데이터, AI 학습 데이터, 금융 거래 내역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하여 정교한 추론과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인프라를 바탕으로 ‘웍스메이트’는 지속적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초기에는 건설 노임 지급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이를 기반으로 신용 대출, 카드, 보험 등 금융 신용 정보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대안 신용평가 정보를 정밀하게 제공함으로써, 금융기관을 새로운 주요 고객층으로 확보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적의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리프’(Leaf)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씨드앤 역시 AI 기술을 활용하여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넓은 실내 공간의 온도, 습도 등 환경 요소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AI 기반의 정교한 환경 제어 기술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리프'는 실내 공간의 각 구역(높이, 면적 등)에 따라 다양한 조건(온도, 습도 등)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분석하고 여러 변수를 계산하여 최적의 상태로 기기들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공간 내 환경을 정확히 관리할 수 있다.  즉 최적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AI는 또한 다양한 조건에 대한 결과치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이를 위해 실내 공간의 넓이, 층고, 일사량, 용도 등의 데이터와 함께 기상 데이터 및 기기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AI가 학습을 거듭하여 사용자의 니즈에 맞춘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한, 개인마다 체감하는 쾌적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상•하향 임계치를 설정하고, 기기가 필요 이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조정함으로써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AI 기반 최적화 시스템을 통해 약 40%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적 논물 관리를 통해 탄소 저감과 배출권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스타트업 ‘땡스카본’의 AI 기술 ‘해임달’(Heimdall)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0%가 농업에서 발생하며, 특히 벼농사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벼농사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은 논물이 지속적으로 잠겨 있는 환경에서 메탄(CH₄)이 생성되면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과학적 논물 관리를 통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동시에 벼 수확량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논을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땡스카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논물의 양을 사람이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 아닌, AI 에 의한 자동 측정법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여 논물의 양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 조절과 탄소 배출권을 산정한다.  영상 정보는 여러 단계를 거쳐 정밀도가 향상된다.  날씨, 구름, 매연 등 다양한 환경 변수를 AI가 학습하면서 정확도가 올라간다.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AI는 100%에 가까운 분석 정밀도를 보여주고 있다.

‘해임달’은 학습된 정보에 품종, 토질, 기온, 강수량, 일조량 등 다양한 변수를 추가로 머신러닝으로 추론하여, 벼 생육 상태를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하였다.  ‘해임달’을 통해 메탄 배출량을 약 40% 감소시키고, 용수 사용량도 30% 정도 절감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된 탄소배출권은 농민과 지역 경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스타트업 ‘같다’ 역시 AI를 활용하여 획기적으로 고객을 확대하며 시장을 과점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같다'는 공동주택의 폐기물 및 재활용품 배출 신청과 수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미 수많은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는 치열한 환경이었다.

'같다'는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사업 모델에 AI 를 적용한 ‘빼기’ 서비스를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최적화된 운영 방식으로 서비스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고객 경험을 개선하였고, 그 결과 현재는 절반 이상의 지자체 시장을 점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민이 지자체에 직접 폐기물/재활용품을 신고하고, 수수료를 납부한 후, 수거용 스티커를 발급받아 폐기물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주민, 지자체, 수거·재활용·폐기 업체 모두에게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같다'는 AI를 활용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우선, 전국 243개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폐기물 배출 신청 기능과 환경 정보 기능을 AI에게 학습시켜 이를 통합하여,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전국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형태의 재활용품 및 폐기물 영상 정보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켜 자동으로 수수료를 계산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추가 검색이나 입력 없이도 AI가 자동 인식한 수수료를 적용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하여 전국의 폐기물 배출량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중량, 크기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거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차량 운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배출량 분석이 어려워 고정된 운행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로 인해 빈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예상보다 많은 폐기물이 배출될 경우 제때 수거하지 못하는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빼기”가 제공하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수거업체는 운행 동선, 차량 크기, 운행 횟수를 최적화할 수 있어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수수료 절감이라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처럼 AI 기반 데이터 분석 최적화 시스템은 자원 순환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경 및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혁신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빼기" 플랫폼은 참여하는 시장참여자가 늘수록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고 물품 거래, 무료 나눔, 방문 수거 서비스, 가전제품 AS, 광고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  AI 기반 기술이 활용되면서 ‘같다’는 단순한 폐기물 서비스 기업을 넘어 순환 경제를 촉진하는 종합 자원 활용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AI는 단기간 내에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물론,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AI 전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다양한 AI 기술과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이를 기업의 사업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 AI를 활용하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더욱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며, 이러한 혁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