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제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룹사가 보급형 전기차 등을 개발해 전동화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발맞춰 움직이겠다는 전략을 밝힌 것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7년까지 매년 매출성장율을 8% 이상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은 5~6%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글로벌 수주를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려 향후 부품사 '톱3'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현대모비스는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를 개최했다. 현대모비스가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중장기 성장 방향성과 제반 전략을 직접 공개했다. 이어 글로벌 영업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각 부문 전략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설명했다. 회사의 성장 전략 등을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생중계로 일반에도 공개된 이번 행사에는 이규석 사장을 비롯해 악셀 마슈카 영업부문 부사장, 김선섭 전동화/모듈BU 부사장, 정수경 전장BU 부사장, 이병훈 샤시안전BU 전무, 박철홍 반도체사업담당 전무, 박기태 재경부문 전무, 손찬모 서비스부품BU 전무, 박정훈 램프BU 상무, 이의섭 IR담당 상무 등이 발표자 및 패널로 나섰다.
우선 이규석 사장은 창사 50주년인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영업이익률은 5~6%를 달성해 양과 질 모두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전동화 및 전장사업에서의 매출 증가 및 글로벌 수주 확대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또한, 수년간 진행했던 대규모 투자 사업이 매출 성장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용 부담이 감소했고, 투자회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이규석 사장은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이 본격화돼 수익성에 기반한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선도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품제조 부문 글로벌 완성차 대상 매출 비중도 2033년에는 40%까지 확대해, 글로벌 TOP 3 부품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전동화 분야에서는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니즈에 부합한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한다. EREV 및 보급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 등이 예시다.
최근 현대차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해 최대 9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EREV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가격과 일체형 구조를 적용해 전기차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발맞춰 EREV 구동 시스템을 개발한다. 현재 EREV는 설계검증 및 평가를 앞두고 있어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시에 전동화사업 핵심 기술인 보급형 구동 시스템 라인업도 확대한다. 소형 EV에 적합한 120kW급 구동 시스템을 개발해 유럽과 인도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160kW급 구동 시스템이 대세다. 이에 약 70% 수준인 제품을 개발해 소형 EV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완성차를 대상으로 한 250kW급 구동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재 대형 EV용 250kW급 'e-PT'는 개발완료 단계로, 현대모비스는 프리미엄 완성차 대상 수주 활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 등 안전 이슈는 전기차 보급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에 현대모비스 역시 배터리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전장 분야에서는 전동화 기반 차량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위한 통합 제어 플랫폼,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또 현시적이고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경쟁사보다 앞서 개발한 디스플레이, 사운드, IVI 통합 제어기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현재 북미 전기차 업체와 협업해 모비스의 첫 SDV 소프트웨어 플랫폼 ‘비전 링크’의 컨셉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내년부터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 역량을 축적한 샤시·안전 분야는 기계 장치를 전기 신호로 대체하는 전자식 제동 시스템(EMB), 전자식 조향장치(SBW)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 2030년에는 글로벌 샤시·안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차량용 반도체는 팹리스(설계 전문) 중심으로 독자 설계 역량을 키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과 모듈 공급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핵심 시장에서는 최근 글로벌 광학 기업 ZEISS와 홀로그래픽 HUD(헤드업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수익성 강화와 리소스 최적화를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장 사업(전동화·전장)과 안정화 사업(모듈·샤시·안전·램프·서비스부품)을 구분했다. 성장사업은 기술 확보와 시장 확대에 집중한다. 안정화 사업은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품 라인업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주부터 양산까지 단계별 수익성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원가경쟁력 역시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ESG 경영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소개했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율 35%를 달성할 계획이다. 사업장 지속가능성 실사율을 제조사업장과 부품사업장 각각 2025년, 2027년까지 100%로 높인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달성 목표도 밝혔다. 2030년까지 30%를 감축하고, 2040년에는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 제로, 2045년에는 공급망을 포함한 NET 제로를 달성한다.
이규석 사장은 “글로벌 탑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에 집중하는 동안 잠시 정체를 경험했지만, 이제는 수익성에 기반해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며 “매출과 이익의 안정적인 동반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의 밸런스를 맞춰 회사의 기업가치를 글로벌 위상에 맞게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현재 20% 수준인 TSR을 향후 3년간 3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TSR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감안해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 환원율이다.
이 외에도, 현재 보유 중인 자기주식도 3년에 걸쳐 소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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