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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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인도와 아세안을 넘어 중동 시장까지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어 배경에 의문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부임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톱3'에 올라섰다. 과거 중국의 한한령 리스크를 판매처 다변화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것.

이번 신흥 시장 투자 가속화 및 신차 런칭도 특정 국가 편중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말레이시아에 21억5900랑깃(67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현지 파트너사 이노콤과 협업을 통해 오는 2025년 중반께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 현지 위탁생산(CKD)을 진행할 방침이다.

생산 규모는 연간 2만대로 시작하며, 향후에는 차량 라인업 및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도 다양화한다. 우선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생산하다가 수요에 따라 전기차로 범위를 넓힌다. 이후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위탁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아세안 시장 투자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에 77만7000㎡ 규모로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을 구축 및 준공했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아세안 완성차 공장인 이곳은 2030년까지 15억5000만달러(2조16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싱가포르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구축했다. HMGICS는 제조 설비, 연구개발(R&D) 공간, 고객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혁신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생산 합작법인 HTMV'를 설립하고, 2022년 9월 HTMV 2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약 6억7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아세안 시장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독점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대 및 실용적인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또한, 각 정부가 친환경차 전환을 위한 세제 지원 정책 등을 펼치면서 자동차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신흥 시장 투자는 아세안 시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인도 증권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로 신규 상장했다. 이는 현대차 해외 자회사의 첫 상장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이번 IPO로 확보한 자금을 인도에 투자한다. 연간 10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해 14억 인도인을 공략함과 동시에 인도 권역을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 수출 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자사의 첫 전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중동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것임을 약속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중동 시장이 (여타 시장보다) 픽업트럭(수요)도 많은 시장"이라며 "다른 시장들은 픽업이 이미 성장을 마쳤다. 중동은 앞으로 픽업 시장이 많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며 타스만 런칭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제공=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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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이같이 판매처를 확대하는 이유는 과거 특정 국가 편중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과거 2010년대 중반 현대차그룹의 핵심 판매국은 중국과 러시아였다. 2014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중국에 111만대, 65만대를 판매해 현대차·기아 판매 비중의 20~25%를 차지했다. 연간 20만대가량이 판매된 러시아를 합치면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현대차그룹에 위기가 닥쳤다. 2015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판매량이 감소하며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선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을 입증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당시 현대차·기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차'였다. 

정의선 회장의 선진 시장 정면 돌파 결정 이후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는 수직 상승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각 108만대, 82만대로 최고치를 찍었다. 양사는 글로벌 판매량은 '톱3'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실적 또한 매년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해 각각 최고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기아는 올해도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하다. 선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제값 받기' 정책을 펼친 결과다.  

다만,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새로운 리스크가 등장했다.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 및 전기차 지원금 축소 또는 폐지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판매처 다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미국은 관세를 이용한 보호무역을 주기적으로 펼쳐왔다며 트럼프의 재당선이 확정된 이상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율의 관세부과는 국내 생산 및 수출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현지생산 확대, 수출시장 다변화, 협상 능력 강화 등이 필요하고 멕시코, 일본, 독일 등과 협력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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