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2025년 인사 키워드는 전문성과 위기 극복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이 두드러졌다.
이번 인사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IT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전문성을 통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중국의 저가 전략에 대비하면서 전략적인 위기 극복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전일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SDS, 삼성글로벌리서치 등 4개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7일에는 삼성전자의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인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메모리 사업부 대표이사 직할체제 전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수장 교체 △경영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 신사업 발굴 과제 부여 등 쇄신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전문성 확보를 통한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해 △파운드리사업부 사장급 CTO 보직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 신설,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 및 소비자경험 혁신 같은 도전과제를 부여해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도 힘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 미주총괄(DSA) 한진만 부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임명됐다.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의 김용관 부사장은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원장을 겸임한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합류하면서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최주선 삼성SDI 대표 내정자,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내정자, 이준희 삼성SDS 대표 내정자. [제공=각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4483_656094_4655.jpg)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도 신설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을 통해서다.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온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글로벌리서치 내 새로 설립된 경영진단실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요청에 따라 경영,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직 신설이 각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경영진단팀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 측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63년생인 최윤호 사장은 성균관대 졸업 후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업지원T/F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며 '전략통'으로 평가받았다. 2021년 말부터는 삼성SDI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삼성 배터리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 사장이 그간 축적해온 글로벌 경험과 사업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 내부 경영 진단 및 사업경쟁력 제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삼성그룹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SDI의 새 수장으로는 최주선 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선임됐다. 1963년생인 최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거쳐 이제 배터리 사업을 이끌게 된다.
전문가들은 최 사장이 배터리 초격차 기술 확보와 함께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청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1966년생인 이 신임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CD와 OLED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청 사장은 중소형디스플레이 사업에서 견고한 실적을 창출해왔다"며 "한·중 디스플레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혁신과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S는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1969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IT 및 통신기술 전문가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준희 사장이 갤럭시 시리즈와 5G 상용화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맞춰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