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윤(왼쪽) 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공=연합]
▶ 임종윤(왼쪽) 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공=연합]

올해 초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간 경영권 분쟁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일 뒤 열리는 그룹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가 올해 마지막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9일 임시주총을 열고 모녀 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한미약품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을 다룬다. 아울러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한미약품 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내용도 주총 안건으로 올린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포함한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윤영각, 남병호 사외이사 등 4명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신동국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비롯해 최근 특수목적법인(SPC) 킬링턴 유한회사를 통해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들인 라데팡스까지 합류한 4인 연합 측에는 박 대표를 비롯해 박명희 사내이사, 윤도흠, 김태윤, 황선혜 사외이사,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등 6명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한미약품은 독자경영을 선언한 바 있는데, 이에 임종윤·동훈 형제 측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활용해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 이사회를 다시 장악하기 위해 법원에 박 대표와 신 회장의 해임안을 제출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시 주총을 개최 배경에 대해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을 포함해 모든 계열사 간의 원만한 협업 및 균형관계를 유지시키고 이를 통해 최선의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지주사 본연의 역할과 목적 수행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주총의 주요 안건인 이사 해임안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등이 필요한 만큼 지분 확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임안 통과를 위해선 과반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주주들을 더 설득해야 한다.

반면 4인 연합 측에서는 신 회장이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 7.72%와 신 회장의 개인 회사인 한양정밀의 보유한 1.42%가 전부여서, 10.43%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그 외 약 39%를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이번 임시주총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표의 해임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해임안 통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GL(글래스루이스)은 박 대표 해임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한미약품이 지난 2년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할 때 박 대표 등의 부실경영을 주장하는 한미사이언스 측의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GL 역시 “주주제안 측이 현 이사진 교체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양측 외에 가장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앞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에는 중립 입장을 보였던 만큼 이번 의결권자문사들의 소견을 참고할지 주목된다.

이외에도 4인 연합은 임종훈 대표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법원에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만약 법원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은 무의미해지는 만큼 소액주주의 표심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마찬가지로 특별결의안은 과반인 66.6%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 만큼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전처럼 소액주주들이 어느 한 곳을 지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양 측이 더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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