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 롤링주빌리(주빌리은행) 이사장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 롤링주빌리(주빌리은행) 이사장

12·3 비상계엄 사태는 법의 '자의적 해석'이 얼마나 위험한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대통령은 법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로 주장했지만, 대다수 법학자와 실무변호사들의 ‘객관적 해석’은 12·3 사태가 위헌·위법이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①"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通告)하여야 한다"(계엄법 제4조 제1항)는 절차가 무시된 점 ②"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동법 제13조)는 현행법이 철저히 무시된 점은 일반 국민이 보아도 명백했다.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헌법 제65조)이 가결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1단계 법적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전 세계는 이번 사태를 아직도 우려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신속하게 소멸하는지가 큰 관심사이다.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된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소추 후 180일 이내에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종국적 '탄핵심판 결정'(헌법재판소법 제53조)의 내용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국민생활에 엄청난 고통을 초래했다. 국가신인도(sovereign ratings)는 나락으로 빠졌고, 이 고통은 무려 3년 8개월(1997년 12월~2001년 8월)이나 지속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현재 상황은 '재판관의 궐위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하므로, 세계인이 주목하는 심판기간이 180일 이상으로 길어질 수도 있다(헌법재판소법 제38조 단서조항). 불확실성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반응

국가신인도는 한 나라의 국가위험도ㆍ국가신용도ㆍ국가경쟁력ㆍ국가부패지수ㆍ경제자유도ㆍ정치권리자유도 등을 평가한 지표를 말한다.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이하 '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 평가기관들은 특정 국가의 신인도를 주기적으로 측정 및 발표하고 있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은 해외 차입, 외국인 투자 등 국제금융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 이유는 국가신용등급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자 조달 금리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2·3 사태 이후 3대 신용평가기관은 일단 한국의 신용등급에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일부 조정 가능성은 열어둔 상황이다. 지난 6일 피치는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될 경우 (국가신용등급)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 측도 지난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내란사태로 인한 "실질적 영향은 없다"고 보면서 펀더멘탈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결국 펀더멘탈의 부실과도 연결될 수 있어 완전히 분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즉,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현재까지의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은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2시간짜리 계엄에 시장이 회복되는데 10일이 걸렸고, 연기금이 증시에 쏟아부은 돈은 약 1조5천억 원이다. 그 자금의 압도적 최대 출연 기관은 국민연금인데 약 1조4천억 원을 투입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준비된 돈이다. 고도의 그리고 치밀한 운용전략 아래 집행되어야 하는 돈이다. 그런 돈 1조4천억 원이 계엄 이후 정국 후폭풍에 따른 금융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투입됐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종국적 탄핵 심판 결정 내용에 따라, 시장의 충격은 2시간짜리 계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신용등급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신용도는 등급 자체가 아니라 전망치(Outlook)만 현재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떨어져도 우리 경제에 연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세 가지 고려사항  

12·3 사태로 국가의 내란 상황이 발생하고,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 사태의 종국적 법적 조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이 사태는 대통령의 자의적 법 해석에 따른 일련의 행동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 주었는데, 그 결과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마저 예의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심의 및 결정에는 세 가지의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기간의 최단기화'에 대한 고려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상 불확실한 상황의 지속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1990~ 1997년에는 55.9%, 1998~2007년에는 73.5%, 2008~2012년에는 105.0%로 지속해서 증가해 왔고 2023년에는 127.7%에 달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외 부문에 상당히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며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 노출도가 높다. 따라서 원활한 대외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대내적 불확실성의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재 결정은 가능한 한 최단기간 내에 내릴 필요가 크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에 대한 고려이다. 기간 단축의 필요성이 아무리 커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선명한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법문의 '문리적 해석'에 충실해야 한다.

셋째, '특별한 사정'에 대한 고려이다. ①12·3 사태는 대통령이 내란죄로 탄핵 소추되었다는 점 ②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계엄령 선포는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 ③결정의 내용이 '파면선고'가 아닌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이 반드시 고려되고, 탄핵 관련 법률의 ‘합목적적 해석’에 충실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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