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4일 탄핵 결정으로 12·3 계엄사태 이후 진행된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상황은 상당히 해소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고율관세 부과 정책 발표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특히 각국의 서민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준다.
2008년의 혼란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에서 촉발되었는데, 주원인은 주요국 대형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의 혼란기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면서 발생한, 전 세계 공통적인 ‘소비감소’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되는 점에서 그 원인은 전혀 다르다. 다만, 두 혼란기의 공통점은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특히 극심했다는 것이다.
2025년 혼란기는 미국발 ‘관세전쟁’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원인은 앞의 두 혼란기와 전혀 다르다. 그러나 서민들이 특히 큰 고충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민들의 고충 예방과 해소를 위한 각별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
양대 혼란기의 서민금융
2008년 혼란기 이후 우리 정부는 저소득층과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과 제도를 도입했다. OECD 국가들도 당시 다양한 방식으로 서민금융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쳤다. 한국을 포함한 OECD 국가들의 공통된 노력은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20년 혼란기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지출은 OECD 주요국과 대비하여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의 코로나19 관련 재정지출은 GDP 대비 약 6.4%로, G20 국가 평균인 9.8%보다 낮다. 주요국별 코로나19 재정지출 비율은 미국 25.5%, 영국 19.3%, 일본 16.7%, 독일 15.3%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낮은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낮은 코로나19 사망률을 기록한 점은 돋보이지만, 국내 서민들의 삶이 상대적으로 더욱 힘들었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원 방식에서 ‘보편적 현금 지원(Universal Cash Transfer)’에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한국과 독일은 ‘선별적 지원(Targeted Assistance)’을 택했고, 영국은 두 방식을 병행했다. 다만, 우리의 문제는 절대적인 지출 비율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이다. 혼란기에 정부가 너무 인색하면 서민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관세전쟁 혼란기의 서민금융
관세전쟁 혼란기는 이제 막 시작이고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이 매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혼란기일수록 서민들의 삶은 특히 피폐해지므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양대 혼란기의 경험에서 배울 점은 첫째, 혼란기일수록 정부는 서민금융에 ‘너그러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혼란기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평시에 적용되는 ‘소득계층 간 형평성’이나 ‘세대 간 형평성’의 기준보다는, 지하철의 노약자 보호석과 같은 배려가 필요하다.
둘째, 혼란기의 서민 관련 재정지출은 ‘국제적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의 논쟁보다는, GDP 기준 재정지출률 책정에서 적어도 G20 평균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혼란기에 발생하는 ‘행운(幸運)소득’에 대해서는 기부 장려 운동을 통한 특별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코로나 19시 마스크 생산자는 불철주야 고생한 면도 크지만 수요폭발로 인한 행운소득도 있었음은 인정이 어렵지 않다. 은행들의 ‘예대마진’ 조정을 통한 수익증대나 마스크 업자의 행운소득에 대하여 ‘횡재세(Windfall Tax)’로 압박하는 것은 비신사적인 방법이다. 신사적인 자발적 기부 장려를 통하여 서민지원용 특별 재원을 조성하면 계층 간 화합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은 좋은 선례이다. 혼란기일수록 내부적인 갈등이나 대립보다는 화합을 통한 문제해결이 더욱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