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악몽이었다. 이후 글로벌 증시는 수직낙하했다. 단 3거래일 동안 미국 S&P500은 10% 하락했다. 독일, 프랑스 증시는 12% 넘게 빠졌다. 홍콩항셍지수는 14.5% 밀렸다. KOSPI는 7% 넘게 하락하며, 2,300pt대로 내려 앉았다. 연초 이후 상승 폭을 전부 토해낸 것이다.
경험상 이러한 주가 급락은 기회요인이었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VIX 47, VKOSPI 44)이면, 시장의 공포는 정점 근처라고 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 변동성이 발생한 사례가 많지도 않고, 발생한 후 3개월 후 주가는 상승하는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찜찜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 때문이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라고 알려진 백악관 수석 전략 담당 피터 나바로 교수는 지난 5일 CNN 인터뷰에서 관세정책은 월스트리트보다 메인스트리트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금융시장(주가)보다 실물 경제(중소기업, 중산층)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주가)와 실물 경제가 동 떨어져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2024년말 기준 미국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43%로, 2000년 닷컴버블 당시(37%)보다 더 높다. 더군다나 미국 베이비부머가 이러한 미국 주식의 53%를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다. 실제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탄핵을 추진 중이다. 공화당 의원들도 지역민들의 관세정책 반발에 직면했다는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주요 정부 인사들의 우선순위가 주가에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는 지난 2월 베센트 재무장관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베센트 재무장관은 주가보다 금리가 금융시장의 열쇠라고 했다. 장기금리는 가계 주택담보대출금리와 기업들의 자본비용, 정부재정 부담의 기준이 된다. 트럼프 정부는 주식시장보다 금리를 메인스트리트의 가늠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서 약간의 고통 또는 쓴 약이라는 언급을 하며, 과소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파월 연준의장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같은 맥락이다. 주식시장을 무시하지 않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S&P500의 올해 고점은 베센트 재무장관 인터뷰 후 1주일 뒤인 2월 19일이었다. 2월 9일 이후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30bp 하락했다(2월 7일 4.48%, 4월 7일 4.15%).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실적과 밸류에이션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관세율이 급격히 높아지면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정책이나 중앙은행이 그렇다고 당장 도와줄 일도 만무하다.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20배까지 떨어졌다. KOSPI의 12개월 예상 기준 PBR은 코로나19(0.58배)를 제외하면 바닥 수준인 0.8배다. 상당히 낮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고, 정책 지원 기대가 낮다면 밸류에이션 저점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걱정하는 경기 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가 바닥을 확신하는데 이전 주가 조정 국면보다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공포를 동반한 주가 급락은 기회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정책은 주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쉽게 물러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갈 길이 멀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는 서서히 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금리가 더 낮아질 때까지 관세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주가가 더 추세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가 좀더 떨어진 이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