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목적은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금융정책은 금융선진화와 같은 ‘성장지향’에 주안점을 두고 금융감독은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및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시장의 ‘안정지향’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상충의 개연성이 있다(금융위원회법 제1조).
2008년에 도입된 현재의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 구조는 KIKO, ELS 및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반복되는 금융소비자 피해사태를 야기한 점에서 금융위 정점 구조개선의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감원을 2원화(건전성 및 영업행위 감독 분리)하자는 견해는 상대적으로 논의의 여지가 많다.
BIS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로 섹터별 감독(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별 감독, Sectoral model)체계에서 단봉형(integrated) 또는 쌍봉형(Twin Peaks) 감독체계로 이동하는 경향은 선명하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섹터별 체계가 약 50%, 단봉형 체계는 한국을 포함하여 약 30%이고 쌍봉형 체계를 선택한 국가는 약 20%이다. 즉 국가별로 금융감독체계가 다른데 그 이유는 국가별로 산업 발달체계, 수준 및 전체 산업에서 금융산업의 중요도가 다르고 정책 및 사회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물이 제도변화에 미치는 영향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은 당시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현실적인 개혁안을 마련한 대표적 지식인이다. 그는 관료제 개혁, 사회제도 개선 등 다양한 개혁안을 제안했다. 비록 그의 개혁이 모두 실현되지는 않았으나, 그의 사상과 실천 의지는 조선 후기 제도변화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사회보험 확대,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 등 사회복지제도의 큰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와 리더십,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행정가와 시민사회의 참여가 제도 개혁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
신제도주의 이론(New Institutionalism)에 따르면 제도변화는 단순한 규칙 개정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조직 내 구성원의 가치·규범 변화, 즉 인물의 역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진다. 혁신적 리더, 제도적 기업가(institutional entrepreneur) 등 변화 주도자의 전략과 행동이 제도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제도변화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무회의의 내용이 현저하게 달라진 점은, 온 국민이 날마다 보고 놀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제도보다 인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혁신적 리더로서 국내 많은 제도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 분리논쟁과 인물
국내에서는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쌍봉형 분리 논의가 본격화됐으나, 비용과 부작용 우려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2023~2025년 금감원장 월권 논란과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쌍봉형 도입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쌍봉형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감원과 상당수 금융권은 분리에 따른 비용 증가, 감독 공백, 역할 혼선 등을 우려하며 반대의 뜻을 견지한다.
국제적으로 쌍봉형 감독체계의 대표국은 영국이다. 영국은 2012년 단일 금융감독기관인 금융서비스청(FSA)을 두 개 기관으로 쪼갰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감독청(PRA)과 영업행위 규제 및 소비자 보호 기능을 맡는 금융규제청(FCA)이 별도 출범했다. 그런데 최근(6/13) 금융감독기관을 두 개로 나눈 결과 금융회사의 부담만 커지고 산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했다는 분석이 영국 의회에서 나왔다. 이는 영국이 2012년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한 지 약 13년 만에 나온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평가다. 구체적으로 영국 의회는 “여러 기관이 중첩된 감독 업무를 하고 있어 금융사들이 갈피를 잡기 어렵다”며 “각각의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요건이 중복적이거나 모순적이어서 금융사 영업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변화도 중요하지만 인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정약용,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을 통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