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의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전국 산재 통계는 건설업 138명, 제조업 67명 포함 총 287명의 산재사망자가 집계되었다. 이후에도 2025년 8월 천안시 아파트 신축현장의 사망 사고 및 사천시 방위산업체 공장의 노동자 중상 사고 등 중대재해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에 대해 ‘안전 비용의 배가 되는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형사처벌보다 과징금이 훨씬 효과가 있다. 벌금 해봤자 300만원, 500만원 벌금인데 지금은 제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중대재해 발생 시 추락방지시설 비용 곱하기 몇 배, 매출의 몇 배 그런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과징금이 형사처벌보다 실효성이 클 것이라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중대재해의 ‘재발방지 및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부과된 과징금이 일반국고로 편입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과징금 일반국고 편입의 문제점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2025년 중대재해 과징금 규모는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2025년 ELS(주가연계증권) 과징금 규모는 금융당국의 제재방침에 따라 최대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징금 등 징벌적 성격의 금전부과로 얻은 수익금은 국고로 귀속되어 일반회계에 편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국고로 귀속되는 현행 제도는 재발방지 및 피해구제라는 과징금 부과의 본질적 목적을 상당히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 과징금은 피해구제와 문제의 재발방지 체계 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해야 할 당위성이 크고, 기업의 안전 인프라(설비·교육·시스템) 강화, 위험요소 진단 및 개선 지원 등에 직접 투입될 필요 또한 크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에 따르면, 과징금의 일반국고 편입 후 산업재해 예방용 재원으로 전환하여 사용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는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는 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
즉, 거액의 중대재해 과징금과 ELS 과징금이 납입되더라도, 일반국고로 편입되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각각의 피해구제나 개선방안 마련에 사용되기까지는 다양한 장벽이 존재한다. 더욱이 KIKO와 같이 제도가 미비된 상태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들은 과징금을 통한 피해구제의 통로마저 막연하다.
미국의 페어펀드(Fair Fund)제도
Fair Fund 제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당이득 환수 및 민사제재금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제정으로 도입되었으며, SEC가 증권법 위반으로 징수한 과징금과 부당이득금을 피해투자자에게 직접 분배한다.
이전에는 민사제재금이 모두 미국 국고로 귀속되었으나, Fair Fund 도입 이후 이 금액을 피해 투자자 보상에 직접 사용하게 되어 투자자 권익 보호가 대폭 강화되었다. 즉, SEC가 피해자를 특정하고 환부계획을 수립하며 직접 배분 절차를 집행하므로 투자자들이 신속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Fair Fund 제도의 취지는 금융뿐만 아니라 중대재해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의 중대재해나 금융업의 불완전판매로 부과된 과징금이 동일산업의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에 직접적·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예컨대 ‘중대재해 Fair Fund’(고용노동부), ‘금융소비자 Fair Fund’(금융위원회)와 같이 행정부처별로 구분된 과징금 사용제도 도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