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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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팩 소멸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해당 방식 도입이후 최대치인 16개를 기록한 가운데 전일 상장한 ‘엠에프씨’를 제외한 전 기업이 전일 종가 기준 상장일 기준가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상장한 기업 3곳을 제외한 나머지 스팩합병 상장사들의 평균 수익률은 코스닥 일반 신규상장사 및 기술성장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수익률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SPAC)을 제외한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 총 88개사 중 스팩합병상장 기업은 총 17개사로 전체의 약 20%에 달했다. 스팩합병상장 기업 중 16개는 스팩 소멸방식, 1개는 스팩 존속방식이었다.

하지만 스팩합병상장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은 -50% 수준으로 올해 부진한 증시에서 일반상장기업 대비 큰 하락률을 보이며 고평가된 스팩상장 기업들의 민낯이 하락장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1년 8월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스팩 소멸방식의 합병을 허용했고, 점차 해당 방식이 주요 스팩합병의 형태로 안착하고 있다.

기존 스팩 존속방식의 합병은 비상장기업(합병 후 실제 사업을 영위할 기업)의 법인격이 소멸돼 업력 소실 및 비즈니스 상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스팩 소멸방식은 합병 후 스팩이 소멸하고 피합병법인만 남아 기존 스팩을 새로운 회사로 바꾸는 작업 등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스팩 소멸방식 합병 상장은 △2022년 4개 △2023년 14개에 이어 올해 16개까지 늘어났고, 이렇게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올해 증시상황이 악화되며 기초체력이 약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전일 종가 기준 올해 코스닥 지수 하락률은 -22.03%를 기록 중으로 코스닥 일반상장 기업 33곳의 평균 수익률은 -17.96%, 기술성장특례 기업 42곳 중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4기업(사피엔반도체, 다원넥스뷰, 유디엠텍, 엠에프씨)을 제외한 38곳의 평균 수익률은 -25.37%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스팩합병상장(존속+소멸) 17곳의 평균 수익률은 -48.61%로 일반상장 및 기술성장특례 상장 기업대비 주가 하락폭은 약 2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상장 초 높은 주가가 형성되는 상장주 특성을 고려해 12월 상장기업을 제외한 1~11월 상장된 기업에 한해서만 평균수익률을 살펴보면 △일반상장 -19.87% △기술성장특례상장 -30.16% △스팩합병상장 -56.13% 등이었다.

스팩합병 승인률 작년 51%→올해 23%

이 같은 스팩합병상장 기업들의 주가 급락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문제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고평가 논란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스팩합병상장 기업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며 “증권사와 외부평가법인(회계법인) 등 고평가를 방지해야 할 주체가 합병성공·업무수임 등을 우선해 투자자 보호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해 스팩합병상장 승인 건수는 지난해 대비 대폭 감소한 상태다. 작년에 총 33건의 청구서가 접수돼 17건이 승인됐다면, 올해는 접수된 26건의 청구서 중 단 6건만이 최종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만 해도 승인률은 51%에 달해 청구서 2건 중 1건은 승인이 됐다면 올해는 23%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4건 중 1건도 될 까 말까한 상황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도 증권사에서 상장한 스팩주는 40개에 달하지만 승인률이 뚝 떨어지며 합병 실패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팩주는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때 투자자들은 투자원금과 은행 이자 수준의 돈을 받게 되지만 기회비용 측면에서 충분히 손해를 입었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합병상장은 작은 기업들이 일반상장 과정을 간소화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로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제도인 것은 맞다”면서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펀더멘털이 약한 작은 기업의 주가방어가 안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 그 부분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팩상장이 한동안 붐을 일으키듯 우후죽순 나오긴 했지만 최근 심사가 강화되며 증권사들도 점차 옥석가리기를 통해 합병기업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며 “증시 상황이 나아져 모험자본 투자가 활발해지면 스팩합병상장사들의 주가 부양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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