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은 내년 후반까지 달러 약세를 띌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제공=픽사베이]
▶ 원‧달러 환율은 내년 후반까지 달러 약세를 띌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제공=픽사베이]

최근 한 달간 원화 가치가 5% 가까이 하락하면서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더불어 국내 정국 불안까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야간 거래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470.5원을 기록했다. 또한 장중 한때 1480원대 후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다.

환율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강화된 '트럼프 트레이드'가 지목된다. 관세 인상 및 이민자 추방과 같은 정책 공약으로 미국 내 물가와 인건비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조정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라는 악재가 겹치며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요인이 추가적으로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

환율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400원 선 부근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발표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이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 전망치를 상향하자 다시 한번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으며, 결국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정치적 혼란 속에서 환율은 1480원대를 넘어섰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 스와프 확대 및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급등하는 환율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원화 절하 폭은 주요 통화 가운데 일본 엔화를 제외하면 가장 컸으며,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려 더욱 심각하게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시 무역 갈등 심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환율이 조만간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수준의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단기간 내 뚜렷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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