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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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독주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균열이 생기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처가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고객사인 미국 빅테크들을 적극 공략하며 HBM 매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하면서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문형 반도체는 특정 용도나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맞춤 설계된 반도체다. 미국 빅테크들은 높은 가격과 낮은 전력 효율성에 엔디비아 칩 대신 자체적으로 설계한 주문형 반도체 사용을 늘리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는 각 기업들의 AI모델과 사용처에 맞춰 설계돼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나타낸다.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2024회계연도 3분기(5~7월) 실적 발표에서 시장이 놀랄 정도의 중장기 사업 전망을 발표했다. 브로드컴은 주요 고객으로부터 접근 가능한 AI사업 시장규모가 올해 150~200억달러에서 2027년 600~9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미국 빅테크와 함께 주문형 반도체를 개발하는 반도체 기업이다. 더욱이 2027년 600억~900억달러의 시장 규모는 단 3곳의 고객사를 포함한 규모로, 이는 3년 이내에 주문형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의미한다.

주문형 반도체의 대두로 HBM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AI 가속기 시장을 엔비디아가 지배함에 따라 HBM의 핵심 고객사는 엔비디아였으나,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 또한 국내 메모리사와 접촉하며 HBM의 새로운 고객사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6세대 TPU(텐서처리장치) ‘트릴리움’에 HBM3E를 탑재하며, 아마존 또한 차세대 자체칩에 HBM3E를 탑재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추세는 이미 확인됐다.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발표에서 “두 번째 대형 고객사에 HBM 공급을 시작했다”며 “내년 1분기에 세 번째 대형 고객사에 (HBM) 양산 공급을 시작해 고객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론은 내년 HBM 시장 규모를 당초 2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HBM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의 영향력은 2025년 이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6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커스텀(맞춤형) HBM이 본격 개화되면서 빅테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인공지능 칩의 필수 반도체로, 과거 메모리가 범용 제품의 성격을 띠었던 것과 달리 세대가 지날수록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이천포럼 2024’에서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M7(매그니피센트7)에서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M7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을 일컫는 것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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