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연구개발(R&D) 비용이 연평균 1조1000억원 가량 늘어나 눈길을 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 관련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관련 투자 규모를 유지하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신규 투자를 통해 유연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9일 현대차그룹은 ▲R&D 투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을 각각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중 R&D 투자는 전년(연평균 10조4000억원) 대비 10.6%가량 늘었다.
앞서 전동화 톱티어를 목표로 하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전기차 투자를 과감히 추진하면서도, 추가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각각 555만대, 43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동화 톱티어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에도 시장 선점을 위해 전기차 투자를 굳건히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증가, 원가 절감 등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 오는 2030년 양사는 전기차 360만대 판매 계획을 유지하며, 전기차 신차 출시도 차질 없이 이어간다.
현대차는 2030년 경제형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한다. 기아도 2027년까지 다양한 PBV를 포함해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소비자 요구에 따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투자가 그 예시다.
글로벌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하이브리드 수요는 2028~2030년까지 정점을 찍을 예정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선제 투자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양사는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우선 현재 준중형 및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제네시스 차급까지 확대한다. 기존 7 차종에서 약 14 차종까지 확대될 예정으로, 제네시스 또한 일부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넣는다.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TMED 대비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2025년 1월부터 양산차량에 적용한다.
TMED-Ⅱ는 기존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향상해 출력 및 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 해당 기술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풀체인지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차종에는 스마트 회생제동 등 하이브리드 특화 프리미엄 기술도 다수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과 중심으로 EREV 모델을 선보인다. 현재 전기차의 약점인 가격과 주행거리 등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EREV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다. 전기차처럼 전기로 구동하지만, 엔진은 전기를 생산하고 충전을 지원하는 발전기 역할을 맡는다. 이에 주행거리는 1회 최대 9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신규 파워시스템을 독자 개발해 2개 모터로 사륜구동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배터리 용량은 30% 축소해 EREV 원가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EREV는 2027년 북미와 중국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 끊임없는 체질 개선,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