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선진시장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운영의 키를 잡은 뒤 미국, 인도 등 글로벌 시장 현지 생산 시설을 적극적으로 확충했다. 

그 결과, 무역 장벽이 강화하더라도 여타 경쟁자들에 비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및 폐지 전망에 연초 미국 내 전기차 구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도 보조금 지급이 확정되면서, 연초에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 가동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는 1분기 공식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이 최대 75억9000만달러(11조원)을 투자해 짓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을 통해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셀까지 현지 공급 및 조달이 가능하도록 구축했다. 

HMGMA가 목표로 하는 연간 전기차 생산 규모는 최대 30만대다. 다만,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HMGMA는 하이브리드 설비 추가 구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MGMA는 향후 최대 50만대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HMGMA가 위치한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는 미국 전역으로 차량을 운송하기도 용이하다.

우선, 인근에 고속도로가 자리 잡고 있어 250개 주요 대도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사바나 항구까지 거리가 50km에 불과해 조지아 중앙 철도를 이용하면 대규모 운송도 비교적 자유롭다. 현대차그룹은 HMGMA의 교통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투자를 결정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이 향후 전기차 시장 패권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투자였다. 

정 회장은 그룹 운영의 전권을 잡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선진시장 공략을 추진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판매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내외적 영향으로 판매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데다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미국, 유럽 시장 공략 속도를 높였다. 선진시장 딜러십을 확대하는 등 시장 내 입지를 키웠다. 실제로 2019년 당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미국 내 판매량은 약 88만대였는데, 2023년 기준 108만대까지 치솟았다. 선진시장 이미지 제고를 바탕으로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글로벌 '톱3'로 올라섰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의 향후 선진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내는 대표 공간이다. HMGMA는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현대차그룹 혁신 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HMGICS)에서 시험 중인 여러 첨단 지능형 제조 기술이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주문 수집, 조달, 생산 등 모든 과정이 최적화되며, 로봇이 인간 근로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선제 투자 결정으로 현대차그룹이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속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앞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었다.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부품 공급난이 전 세계를 덮쳤고, 주력 수출길인 해상 운송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며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에 해외 각지에 유연한 생산 및 조달 체계를 갖춘 완성차 기업이 주목받았다.

현지 공장 보유 여부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견제 및 자국우선주의를 이유로 수출품에 보편 관세를 10~20% 부과한다고 공언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기아는 기존 미국에 보유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HMGMA까지 추가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은 향후 120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더불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인한 연초 특수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초에 미국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IRA 축소 및 폐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HMGMA가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도 보조금 수령 대상으로 확정됐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아이오닉 9' ▲기아 'EV6' ▲기아 'EV9' ▲제네시스 'GV70 EV' 등이다. 이에 따라 해당 차종은 1대당 최대 7500달러(11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아이오닉 9은 현대차가 첫선을 보이는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오는 2분기 미국 생산 예정으로 소비자들의 기대가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관련 대응 속도를 주시하면서 전기차 판매 전략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차 사장은 2025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정치인들이다. 우리 역할은 어떤 정책이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시장 상황에 적절히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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