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마지막 퍼즐인 중국 시장 재정비에 나섰다. 중국은 과거 현대차·기아의 핵심 판매국으로, 최근 판매량 부진을 겪는 '아픈 손가락'으로 변모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량 985만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핵심 시장인 미국, 유럽, 인도를 넘어 아중동, 호주, 남미 등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그룹의 장기 전략에 따라 부진했던 중국 공장에 투가 투자를 결정, 수출 기지로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추가 투자 및 맞춤형 신차 연구개발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와 중국 장쑤웨다그룹의 합작 법인 '웨다기아'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24만8259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9.2% 증가한 수치이며, 중국 합작 브랜드 중 매출 증가율 1위이기도 하다. 중국 현지 맞춤형 전기차 'EV5' 출시 및 수출 기지 활용 등이 반전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3년, 송호성 기아 사장은 중국에서 중국 신에너지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현지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송 사장은 2027년까지 중국 시장에 매년 1대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2027년까지 총 6개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중국 시장 연간 판매량 45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 기아 옌청공장의 연간 수출 규모를 2026년까지 연간 20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공약에 따라 지난해 웨다기아는 'EV5 720 장거리 버전', '2025 EV5' 및 'EV5 GT-Line'을 연속으로 출시했다. 게다가 EV5 기본 모델의 시작가를 2000만원 후반대(14만9800위안)로 책정하며 시장 반전을 노렸다. 

옌청공장에서 수출 모델 세투스(Sethus), K5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은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76개국으로 수출했다. 이에 웨다기아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상황이다.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반전에 성공하자 현대차도 중국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 총 10억9600달러(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와 BAIC가 각각 5억4800만달러(8000억원)씩 균등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금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와 같은 현지 소비자 맞춤형 신차 연구개발(R&D), 수출 공장으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설비 투자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장기 플랜에 따라 현대차·기아 중국 공장 활용도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는 현대차·기아의 주력 수출 무대였다. 사드 사태로 한한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6년, 양사의 중국 시장 합산 판매량은 179만대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현대차는 중국 공장을 5개까지 늘리며 연산 120만대 규모로 키웠다. 그러나 한한령 영향으로 중국 판매량이 80% 넘게 급감한 이후, 베이징현대는 보유한 공장을 처분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선 바 있다. 

양사는 그룹의 2030년 플랜에 따라 글로벌 판매 985만대를 목표로 한다. 기아의 중국 공장이 수출기지로서 활용도를 입증한 만큼, 현대차 역시 중국 공장을 미래 수출 기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열된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판매량 확보에 목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여타 완성차가 어려움을 겪는데, 현대차는 추가 투자하는 이유'를 묻자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춘다면 (중국 공장을) 수출 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고,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춰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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