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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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방 IT 수요 부진과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시황 악화 속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본궤도 진입과 D램·파운드리 성과로 삼성전자가 실적 반등을 이뤄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대화형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S25 시리즈'와 '홈 AI' 비전이 향후 실적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5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2024년 연간으로는 매출 300조9000억원, 영업이익 32조7000억원을 냈다. 연간 매출은 2022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감소한 75억8000억원을 기록했다. DS(Device Solutions)부문은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의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3% 증가했다. DX부문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로 전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 등 비용 증가로 전분기 대비 2조7000억조원 감소한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DS부문 매출은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직전 분기 대비 25%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흑자 전환했다.

메모리는 모바일 및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HBM(High Bandwidth Memory) 및 서버용 고용량 DDR5(Double Data Rate 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verage Selling Price, 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연구개발비·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Ramp-up)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줄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첨단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나노 GAA(Gate All Around) 공정은 디자인 키트(Design Kit)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 등 기술 개발을 진행했고 4나노 공정은 안정화된 수율을 기반으로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용 제품을 양산했다. 

DX(Device eXperience)부문은 매출 40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MX(Mobile eXperience)는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VD(Visual Display)는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연말 성수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매출이 확대됐으나, 전반적인 수요 정체 및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소폭 감소했다. 생활가전은 비용 효율화 등을 추진해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하만은 매출 3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이었다. 하만은 전장 사업의 안정적 수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디오 제품의 연말 성수기 판매를 확대해 매출이 증가했다. 

[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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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공급망 진입·홈 AI 등 실적 모멘텀 역할 기대

다만 하반기부터는 본격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AI와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밀리고는 있으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가시화 △갤럭시S25 시리즈 흥행 △홈AI 등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도 상반기 바닥을 확인하고 이후 반등기에 접어드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세대 HBM3E가 본격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들어갈 경우, 실적 개선은 수월해 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설계 변경한 HBM3E 제품을 올 상반기(1~6월), 6세대 HBM4 제품을 하반기(7~12월)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5세대 HBM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했다고 전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은 지난달 엔비디아의 품질검증을 통과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에 특화된 일부 AI 칩에 삼성전자 HBM3E 8단 제품이 공급됐다고 전했다.

앞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출처=삼성전자]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S24 흥행에 이어, 갤S25 경쟁력 강화로 인공지능 스마트폰 리더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플래그십 중심 판매 확대 및 리소스 효율화를 통해 두 자릿수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2025년 폴더블 라인업 강화를 통해 신규 폴더블 수요를 창출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 실적의 추가적인 악화에도 갤럭시 S25 판매 효과에 힘입어 직전 분기와 유사한 6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에 스마트폰의 계절적인 감소와 범용 메모리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연간 분기 실적 저점은 2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CES 현장에서 "올해 실적은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실적이) 낮게 나온 것은 맞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한 발자국 뛸 수 있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했다.

한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강조했던 홈 AI 등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점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 에서 AI 기술과 스마트싱스로 연결성을 강화하고, 개인화된 AI 경험을 할 수 있는 홈 AI를 선보였다. 또 집을 넘어 다양한 산업 공간에 삼성의 홈 AI를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프로'를 소개했다.

그는 "홈 AI가 회복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에 대한 거래선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고 덧붙였다.

[출처=연합]
[출처=연합]

■"올해 AI 분야의 기술·제품 경쟁력 강화 추진"

삼성전자는 올해 AI 분야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대응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DS부문은 상반기에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고용량∙고사양 제품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DX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혁신과 라인업 강화를 지속하는 한편 AI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메모리는 2분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D램과 낸드 모두 시장 수요에 맞춰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또 첨단 공정 기반 △HBM △DDR5 △LPDDR5X △GDDR7(Graphics Double Data Rate 7)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시스템LSI는 플래그십 SoC를 적기에 개발해 고객사의 주요 모델에 신규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센서 부문은 2억 화소 등 고화소 수요에 적극 대응해 다양한 응용처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 양산과 안정화를 통해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4나노 공정도 경쟁력 있는 공정과 설계 인프라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MX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출시를 통해 차별화된 AI 경험으로 모바일 AI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폴더블은 S25의 AI 경험을 최적화하고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태블릿 △노트 PC △웨어러블 △XR(eXtended Reality)도 고도화된 갤럭시 AI 기능을 적용해 더욱 풍부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제품 경쟁력 강화와 스펙 향상 등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갤럭시 AI 고도화와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네트워크는 주요 사업자의 추가 망 증설과 신규사업자 수주를 확보하고 △vRAN(virtualized Radio Access Network) △ORAN(Open Radio Access Network) 도입을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한다.

VD는 주요 이머징 마켓 중심으로 TV 수요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Home AI' 비전 아래,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 연결 경험에 AI 기술을 결합하고 보안 솔루션인 '삼성 녹스(Samsung Knox)'를 확대 적용해 AI 스크린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2025년형 AI 혁신 제품 론칭과 사업구조 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제품 경쟁력 강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고 대형은 다양한 고성능 TV와 모니터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에 범용 메모리 가격 회복, 고용량 메모리 중심의 판매 확대, HBM 양산 개시, 파운드리 적자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매출액은 305조원, 영업이익은 35조5000억원으로 2024년 대비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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