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AI 그래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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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가 업황 극복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설비 구조조정 여부에 따라 향후 수익성이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8% 감소한 9168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021년 5조264억원의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8조9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줄었고, 순이익은 5150억원으로 74.9%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2728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485억원을 기록하면서 22% 줄었다. 이어 한화솔루션(6일), 롯데케미칼(7일) 등이 이번주 순차적으로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부진이 확인되면서 다른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39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올해 업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석유화학업계는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통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4사의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토대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LG화학은 연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판 사업부를 약 2800억원에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에 매각해 눈길을 끌었다. 또 현재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의 지분 일부를 중동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하반기까지 원재료 납사 가격 하향 안정화 여부와 글로벌 화학 설비 구조조정 여부가 LG화학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른 경쟁사들도 설비 자산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중국 내 범용 제품 생산 공장을 정리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법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 검토를 포함한 해외 사업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심화한 유동성 압박에 그룹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맡겼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특수가스 사업을 효성티앤씨에 매각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3월 라텍스 합작 공장 지분을 중국 업체에 전량 매각한 바 있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출처=LG화학]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출처=LG화학]

■ 정부 제고 방안 관련해 회의적…"대기업은 영향 미미" 지적도

업계에서는 산업 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부의 지원책과 관련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과 겹치지 않는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는 등 구조조정 독려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개발’, ‘자원순환형 고분자 소재 및 응용기술 개발’ 등 66개 신규과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방안에는 구조조정이 아닌 자율적 사업 재편 유도 방안만 언급되면서 이른바 '반쪽짜리 지원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대기업들에 대한 수혜가 미미하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된다.

LG화학은 전날 2024년 4분기 및 연간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말 정부에서 발표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발표에 따르면 기업 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할 때 인센티브를 지원하거나 신성장·고부가 R&D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을 실시한다고 해 일부 기대 가능한 영역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대기업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손익 관점에서 보면 영향이 미미한 항목들이 많아 당장 가시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LG화학은 올 상반기 후속 대책 발표가 예정된 만큼 향후 정부와의 소통을 토대로 대기업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전환과 사업재편을 추진 중"이라며 "설비 투자와 구조조정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돼 재무구조 악화의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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