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양재동 본사 [출처=현대차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497_662929_28.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접 국가에 시행하기로 한 관세 인상 결정을 유예했다. 현대자동차·기아를 포함한 멕시코 및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둔 전통 자동차 제조사는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게 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가 현대차·기아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1월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던 것처럼,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현대차·기아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및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양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 행정 명령을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자 및 마약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 흐름을 제한하기 위해 두 나라에서 온 모든 상품에 2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닛산,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등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둔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기아 또한 기아 멕시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행 하루를 앞두고 멕시코와 캐나다 양국이 마약 및 이민 단속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행정 명령은 한 달간 미뤄졌다. 인접 국가에서 자동차를 제조해 수출하는 래거시 기업들은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대차 멕시코 생산 [출처=현대자동차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497_662930_37.jpg)
이번 결정은 한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이 전 세계 국가로부터 갈취당하고 있다며, 무역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것임을 꾸준히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며 자국민에게 고통 감수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수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점친다. 유예된 멕시코 및 캐나다 관세 인상은 물론, 보편 관세도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가 현대차·기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GM, 포드 등 주요 업체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인접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긴 반면,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서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GM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71만1500대의 차량을 수출했다. GM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26%가량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것. 포드 또한 멕시코 공장에서 35만8400대를 수출했으며, 비중은 17%에 달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은 K3, K4, 투싼 등 연간 40만대가량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북미 지역에 주로 수출되며,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약 10%를 멕시코 공장에서 수급한다. 하지만 여타 기업보다는 비중이 낮아 멕시코 및 캐나다 관세 인상 조치의 영향이 적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트럼프 정부의 기조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멕시코와 캐나다 관세 부과로 경쟁 모델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현대차·기아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한다.
![현대차 미국 엘라배마 생산라인 [출처=현대자동차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497_662931_420.jpg)
현대차는 지난 1월, 트럼프 정부의 기조로 반사이익을 본 적 있다. 현대차는 1월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5% 뛴 5만4503대를 판매하며 역대 1월 미국 판매량 신기록을 썼다. 이 중에서도 아이오닉 5가 앞선해 1월보다 판매량이 50%가량 뛰는 등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혜택 축소 및 폐지를 주장하자,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가 서둘러 전기차 구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향후 트럼프 정부가 유예했던 멕시코 및 캐나다 관세 인상을 재시행하면 현대차·기아가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통 완성차 업체 중 미국 판매의 0.4%만을 멕시코에서 조달하는 현대차가 가장 적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 판매의 약 18%를 멕시코에서 조달하는 기아가 받는 타격은 현대차보다 크겠지만, 일본과 유럽 완성차 업체 대비로는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