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연합]
▶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연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여파가 지난해까지도 이어지면서 증권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영업이익 1조원을 줄줄이 달성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적자에 허덕이는 모양새다.

증권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발 빠른 대응이 쉽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 증권사들과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몇 년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적극 쌓아온 만큼 올해 그 부담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주요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1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나 뛰었고, 삼성증권도 전년 대비 62.7% 증가한 1조20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도 각각 1조982억원, 1조549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도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온도차를 보였다. iM증권은 연간 영업손실이 2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영업손실 755억원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SK증권은 영업손실 규모가 109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들 중소형 증권사들의 적자는 부동산 PF 등 대손충당 추가설정 영향이 컸다. 부동산 PF 사업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연간 순손실 454억원을 넘어서는 456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작년 4분기만 두고 보면 대형 증권사 가운데서도 적자가 발생했다. 하나증권은 538억원, 신한투자증권은 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PF, 해외대체자산 평가 손실 등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결국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분위기를 가른 것은 부동산금융 외에 다른 사업에서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여부였다. 리테일과 전통 IB 부문에서 견조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대형사들과 달리 그동안의 성장이 부동산금융에 치우쳐져 있었던 중소형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형사들은 해외거래 수수료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중소형사들은 국내증시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수료 수익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이익 간극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들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또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사는 투자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일반환전 업무 인가를 취득하고 연내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증권투자 목적으로만 환전이 가능했던 것이 수출입 기업 환전, 유학·여행 등의 일반 목적의 환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같은 일반환전 업무 인가를 받으려면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 인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종투사는 10개사에 불과하다.

초대형 IB 중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 진출도 노리며 자기자본 기반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반대로 비종투사의 경우 입지가 계속해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오는 3월부터 복수거래소 시장 체제를 맞이하면서 각 증권사들은 최선집행의무에 따른 '자동주문전송(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데 이 시스템은 증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자체 SOR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투자 여력이 마땅치 않은 중소형사들은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실제로 3월 4일 대체거래소(ATS) 전체시장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15개 증권사에 불과하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실적이 쪼그라든 현대차증권도 10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을 통한 리테일, 홀세일, 운용 등 전 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지만, 대규모 비용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주주들의 냉랭한 반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중소형사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지난 몇 년간 부동산 PF 충당금을 지속적으로 쌓고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축소해온 만큼 올해 부실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 자체가 자기자본 위주가 되고 있고, 금리 인하 추세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증권사간 양극화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 등 긍정적인 업황에 중소형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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