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510_672116_42.jpg)
정부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기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선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종합투자계좌(IMA)는 원금지급 성격을 명확히 하고 제도를 보완해 연내 본격 도입된다. 이에 따라 국내 1호 IMA 증권사 탄생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IMA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 투자토록 하는 규제도 신설된다. 여기에 증권사 해외진출 인센티브, 파생결합증권·사채 건전성 관리, 부동산 익스포져 통제 등 증권업 전반에 걸친 구조개편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9일 발표했다.
우리 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기업에 대한 선별적 자금 공급과 위험 감수 기능을 수행할 증권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계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글로벌 IB들과 달리 국내 종투사는 일반 증권사와 수익 구조가 유사하며, IB 수익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에 편중돼 모험자본 및 지분금융 공급이 부족하다.
또한 국내 종투사는 M&A, 채권, 주식 주관 역량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낮아 아시아 시장에서도 5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채권시장 불안기에는 단기 수익 추구와 부동산 투자 쏠림, 리스크 관리 미흡 등의 문제도 드러나며, 증권업 전반의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증권업계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인구조를 강화하고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건전성·유동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IMA 등 종투사 인가 기준 내년부터 강화
이번 금융당국의 종투사 제도 개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IMA 제도를 보다 구체화 한 것이다. IMA 제도는 2017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실제 영위 사례는 없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가 인가를 받은 경우 고객 예탁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관련에 70% 이상을 운용하고 발생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IMA 사업을 할 수 있다.
증권사는 IMA 계좌를 통해 고객 자금을 모아 기업금융 중심으로 통합 운용하고,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되 원금지급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A증권에서는 만기가 1~2년이고 보수 차감 전 목표수익률이 연 4.0~4.5%인 저수익 폐쇄형 IMA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A급 이상 기업대출·회사채 등 우량 대·중견기업, 국외 우량기업 투자를 통해 다소 수익이 낮더라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또 B증권에서는 만기가 3~7년이고 보수 차감 전 목표수익률이 연 6.0~8.0%인 고수익 IMA 상품도 출시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중소·벤처 모험자본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변동성 리스크도 있다.
즉 IMA 증권사는 만기·폐쇄형 여부·중도 해지·성과보수 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지만, 만기 시 고객에게 원금은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당국 및 업계에서는 IMA 상품이 주로 만기가 설정돼 있으며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중수익 목표 상품이 우선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행어음과 IMA의 통합 한도를 자기자본의 200%+100%로 설정했다. 기존 발행어음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였던 만큼 IMA 한도로 자기자본의 100%가 주어진 셈이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IMA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장점 중 하나가 발행한도가 없는 점이었으나 원금지급을 명확히 하다보니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한도가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왔다”며 “현재 IMA가 가능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9조원이 넘는데 IMA 상품 규모가 9조원 정도 되는 게 적어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IMA 상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하는 기간이 있다”며 “실제 상품이 나오고 투자자 보호 측면과 증권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중간 평가 이후에 한도 조정 등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고, 초기 단계에서 증권사의 제약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손실충당금 제도도 함께 내실화해 IMA 운용자산의 5%를 손실충당금으로 우선 적립하고 IMA 운용자산에 평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추가 적립하도록 한다. 그러면서 손실충당금이 충분히 적립된 경우에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시 IMA 운용자산은 50%만 반영해 운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IMA 제도를 개선하면서 종투사 지정 요건도 강화했다. 자기자본은 연말 결산 기잔 2기간이 충족돼야 하고 사업계획과 본인 제재이력 요건을 신설한다. 특히 그동안 단기금융업 인가 시 심사했던 대주주 요건도 8조원 종투사에 도입한다.
기업금융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3조원 종투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받고 IMA 인가를 단계적으로 거쳐야 한다. 또 각 단계마다 2년 이상 영위 후 지정 받을 수 있다. IMA 지정시에는 발행어음 관련 모험자본 공급의무 등 운용규제 준수 여부가 반영된다.
다만 현행 요건으로 증권사들이 종투사 인가를 준비해왔던 만큼 올해까지는 현행 종투사 지정 요건을 적용한다. 현재 IMA 인가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4조원 이상 초대형IB(발행어음)에 대해서는 메리츠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의 지정 수요가 제기되고 있다.
종투사 지정 요건이 내년부터 강화되는 만큼 추가 사업 진출을 계획하던 증권사들은 당국과 2분기부터 실무 협의를 거쳐 3분기에 종투사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렸는데 관련 내용이 발표된 만큼 인가 신청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이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510_672118_520.jpg)
모험자본 공급 역할 주목…건전성·유동성 관리도 강화
종투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활용한 자금조달과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생긴다. 현재 발행어음 조달액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 운용하고 있으나, 4조원 이상 종투사는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25%를 모험자본(기업금융·VC 등)에 투입해야 한다. 또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한도는 30%에서 10%까지 줄인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현재 4개 종투사의 발행어음 조달액 대비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율이 11.3%~27.0%임을 감안해 내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라며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 역시 현재 30% 수준을 내년 15%로 낮추고 2027년에는 10%까지 점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도 확대한다. 종투사는 자기자본의 100%에 추가 100%(중소기업·IB 업무 신용공여 한정) 이내의 기업신용공여가 가능한데 금융회사 대상 신용공여는 제외하고 부동산SPC의 경우 IB업무가 수반된 경우에만 추가 신용공여한도가 가능하도록 바뀐다.
대신 M&A가 IB의 핵심 업무인 만큼 중개·주선·자문 수행 후 리파이낸싱과 M&A 대주단 참여시에도 추가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종투사의 IB업무 신용공여 범위를 확장했다.
글로벌 증권사로의 성장도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해외 자회사 이익잉여금을 유동성비율 계산 시 인정 자산에 포함시키고,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국가 대표지수에 편입된 주식에 투자할 경우 NCR 개별위험값도 12%에서 8%로 하향 조정한다.
또 은행지주회사에 속한 증권사의 은행지주 연결BIS비율 산출시 증권업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3분기 중 최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외화증권 예탁의무 완화 등도 병행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증권사의 글로벌 자산운용을 장려할 방침이다.
기업금융 강화에 따른 위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건전성·유동성 규제는 대폭 강화된다. 현재 종투사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유동성비율 규제 대상을 전 증권사로 확대하고, 부동산 PF 등 익스포저 한도규제를 신설한다.
이외에 중·장기적으로 종투사의 자본건전성 비율을 영업용순자본÷위험액 구조로 개편하고 위험값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위는 6월 중으로 건전성·유동성 관리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는 대부분 시행령·규정 개정사항으로 2분기 중 예고해 연내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기업신용공여 범위와 관련한 일부 법률 개정사항은 하반기 중 법안 발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방안은 단기적 규제완화가 아닌 증권업의 기업금융 기능을 구조적으로 정비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금융위는 증권업이 자본시장의 실질적인 자금중개자로 기능하며, 모험자본 공급과 글로벌 투자 확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종투사와 비종투사의 자기자본 성장 폭이 차이가 있었는데 이러한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말부터 2024년 말까지 종투사 자기자본은 16조7000억원에서 62조9000억원으로 276%나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일반 증권사는 15조8000억원에서 23조5000억원으로 48.4% 성장하는데 그쳤다.
고 과장은 “증권업이 진입에 대해 크게 제한을 안하는 만큼 경쟁이 많은 업권”이라며 “종투사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도 능력 있는 증권사에게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서도 활로를 찾고 정부가 지원 역할도 하겠지만, 어느정도 자기자본이 있는 증권사가 조금 더 IB업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더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