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출처= 이승연 기자]
롯데월드타워[출처= 이승연 기자]

롯데건설이 급전 한도를 대폭 늘렸다. 시장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단기사채 발행한도를 종전 대비 5배 늘린 것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실적 부진에 현금 소진이 빨라지자 미리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총 차입금 증가와 차입구조 단기화가 우려되지만,  '차환'의 성격을 띨 경우 이자비용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재무부담 완화에 보탬이 될 거란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통해 단기사채(공모채·사모채·기업어음) 발행한도를 2500억원으로 늘렸다. 2022년 200억원에 불과했던 한도는 2023년 500억원을 거쳐 올해 2500억원으로, 1년 새 5배나 불어났다. 

롯데건설 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은 수년째 이어지는 실적부진에 현금소진이 가속화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던 2022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2021년 4937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2년 3608억원, 2023년 2595억원으로 줄어 들었다. 3분기 영업이익도 1632억원으로, 1년 전 2462억원에서 830억원 감소했다. 순이익도 20021년 2200억원에 달했으나 이듬해 세자릿수로 떨어진 후 2023년 55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566억원으로 전년 1203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벌어들이는 이익이 줄다보니 롯데건설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2022년 해외 계열공사 선수금 유입 등으로 2362억원까지 치솟았던 영업현금흐름은 사업장 운전자금 부담, 시행사와 조합에 대한 대여금 및 영업보증금 지급 등으로 2023년 108억원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3분기에는 -2359억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흐름대로 전환됐다. 

현금흐름 악화는 자연스레 현금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292억원이다. 2023년 말 보유 현금이 1조 7902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9개월 새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 대비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서라도 한도를 여유있게 늘려놔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단기사채 발행한도를 늘렸다고 해서 롯데건설 차입금 규모가 당장 불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되는 건설업 침체, 그로 인해 개선 여지가 미미한 회사 실적 등을 고려하면 늘려놓은 롯데건설 단기사채 발행 규모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 즉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1조 8177억원으로,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인 8622억원을 훨씬 웃돈다. 모자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 외부를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데 롯데건설은 단기차입 비중을 서서히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롯데건설 재무적 지표는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롯데건설은 2022년 4조원에 육박했던 총차입금을 1년 만인 2023년 1조원까지 줄였고, 지난해 3분기까지 5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줄이는 등 재무개선세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확대한 한도 선까지 단기사채 발행이 늘면 결국 총 차입금도 증가하고 차입구조가 단기화되면서 회사의 채무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조달비용 감소에 따른 재무부담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단기사채 발행 한도 확대는 '차입'이 아닌 '차환'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단기사채를 높은 금리의 장기채권을 차환함으로써 이자비용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3분기 이자비용은 1331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1632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23배를 기록했다. 돈 벌어 이자내기도 빠듯한 롯데건설로선 적절한 조달 전략이란 평가다. 

신용평가업계는 롯데건설이 2500억원까지 단기사채 발행을 늘려도 사업 안정성, 재무 대응 능력 등을 고려할 때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2500억원까지 늘려도 양호한 사업기반과 수주경쟁력, 유동화증권 매입펀드를 통 느단기적 유동성, 유사시 계열의 지원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발행한도 변경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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