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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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택지 유찰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방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 3000호를 직접 매입하기로 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LH 부채비율을 빠르게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공택지 매각 부진과 미분양 매입에 따른 공실 위험 등이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재무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LH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찰된 공공택지는 25필지로 약 1조7682억 원 규모에 달했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수치로, 전년도(7128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남양주왕숙(2974억 원), 하남교산(1459억 원) 등 주요 3기 신도시에서도 택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다수의 유찰 사례가 발생했다.

공공택지 유찰 증가는 LH의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규 택지 매각을 통해 임대주택 사업의 손실을 보전해왔던 LH 입장에서, 토지 판매 부진은 곧 부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LH의 지난해 8월 기준 부채는 153조원으로, 현 추세라면 2028년에는 236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 매각이 부진하면 LH의 신규 투자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택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호를 직접 매입하겠다 발표했다. 기존의 기축 매입임대 예산 3000억 원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후 ‘분양전환형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LH는 상반기 중 매입 공고를 내고 물량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LH가 매입하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준공 후 장기간 팔리지 않은 물량인 만큼 입지와 주거 선호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임대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장기 공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LH는 미분양 아파트 약 7058호를 매입했으나 일부 물량은 수요 부족으로 인해 장기간 공실 상태로 남으며 사업성에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LH의 매입 가격과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2년 서울 강북구에서 분양가 대비 15% 할인된 가격으로 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가 ‘고가 매입’ 논란으로 번졌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감찰 조사를 지시하며 관련 사업 축소 조치가 내려졌다. 

공공택지 유찰이 늘어나는 가운데 악성 미분양 물량까지 떠안게 되면 LH의 재무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LH의 부채비율 목표를 완화하며 숨통을 틔워줬다고는 하지만, 향후 공공택지 매각 부진과 미분양 주택 매입에 따른 공실 장기화 등이 맞물릴 경우 LH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부는 최근 LH의 부채비율 목표를 종전 2027년 208%에서 2028년 232%로 완화하겠다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악성 미분양은 수요 부족이 원인이데 LH가 매입했다고 해서 실질적인 미분양 감소 효과를 가져올 지 의문"이라며 "택지 매각 부진에 미분양 주택 구매로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면서 LH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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