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2937_665632_465.png)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약 714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미 예정된 투자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에 5000억달러(약 714조원) 이상을 지출·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미국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이며 이에 따라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2만개 일자리는 연구개발(R&D), 실리콘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애플은 설명했다.
이번 투자 계획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에 새 공장을 설립하고 '첨단 제조 기금'(Advanced Manufacturing Fund)을 기존 50억달러의 두배인 100억달러(약 14조원)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I 등에 대한 투자도 속도를 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는 적어도 일부 생산을 해외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애플은 내년에 휴스턴에 25만㎡ 규모의 제조 시설이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미국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게 돼 기쁘다"며 "미국 혁신의 역사에서 놀라운 새 장을 쓰기 위해 미국 전역의 사람들, 기업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이날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모임에서 쿡 CEO가 백악관 집무실에 와서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CEO가 멕시코에 있는 두 개 공장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들은 관세를 피하고 싶어 한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애플에 이런 관세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애플의 이번 투자 발표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자체 분석을 통해 "애플의 5000억 달러 투자 발표는 실제로는 대부분 이미 예정돼 있던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은 지난 4년간 총 운영 비용과 자본 지출에 약 1조1000억달러를 썼다. 향후 4년 동안은 약 1조300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WSJ는 추정했다.
애플은 지역별로 지출 규모를 분류하지 않지만 매출의 약 43%가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출 규모와 매출이 비례한다면 애플의 향후 4년간 글로벌 지출의 약 40%는 약 5050억달러 수준이다. 이는 이번에 발표한 투자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WSJ은 "그렇다고 새로운 지출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애플이 중국 외 지역으로 제조 기반을 다변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고려하면 미국 내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그러나 애플의 이번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했다. WSJ은 "애플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해도 5000억달러의 새로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 분석가 데이비드 보그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에 끝난 회계연도에서 애플이 950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는 회사 영업 현금의 약 8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현금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이미 썼다는 것이다.
이에 보그트는 "따라서 애플이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면) 대차대조표의 부채 비율을 상당히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주가 하락 우려도 이번 투자의 실행 가능성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WSJ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애플의 투자 발표가 훨씬 덜 극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