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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는 핵심 이슈다. 하지만 한국의 상속세 부담은 OECD 최고 수준으로, 기업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승계의 덫’이 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이 27.1%인 데 비해, 한국은 50%에 달하며, 최대주주 할증(20%)까지 적용될 경우 실질 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이는 후계 구도를 흔들고,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EBN산업경제는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승계 리스크를 조명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승계의 덫'이 되고 있다. 상속세를 줄이려다 보니 후계 구도 자체가 꼬이거나, 오너 일가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2월 최근 대내외 경제 환경에 적신호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만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상속세율 '세계 최고 수준'…경영권 위협 초래
통상적으로 대기업 오너의 별세 소식이나 승계권 문제에 재계의 시선이 고정될 때는 상속세 이슈가 뒤따른다.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해 총수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가에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 그룹 오너 일가의 특징 중 하나는 '현금'이 없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식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최대주주 할증 과세(20%)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60%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국(40%)·일본(55%)과 비교해도 부담이 크다. 더욱이 1992년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도입한 뒤 2000년 상속세 최고세율을 50%까지 인상한 결과, 상속세 결정세액이 2013년 1조4000억원에서 2023년 12조3000억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비상장 또는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예를 들면 지난 2020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2021년부터 5년간 분할 납부를 하고 있다. 이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대에 달한다. 매년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경영권 약화 위험을 무릅쓰고 지분을 매각할 만큼, 상속세가 과하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주요 그룹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부친 최종현 회장 별세 후 1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했으며,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1조원 가까이 세금을 부담했다.
1년 넘게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한미약품그룹 일가의 갈등은 재계 경영권 분쟁 역사에 남을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모녀가 OCI와 손잡고 경영권을 노린 이면에는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의 막대한 상속세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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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우호지분율 최근 10여년간 하락 추세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최대 60%)으로 창업 1~2세대에서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해외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론적으로 최대 60%의 상속세를 주식을 팔아 납부할 경우, 2세대 최대주주 지분율은 1세대 최대주주의 40%가 되고 3세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6%까지 떨어진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12~2023년) 국내 2407개 상장사 중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자사주 제외)이 늘어난 기업은 886개사(36.8%)에 그친 반면, 줄어든 기업은 1388개사(57.7%)에 달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상속세로 인해 후계자들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결국 우호지분의 변동으로 해외 행동주의 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이 증가할 가능성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 펀드의 압박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상속세 부담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해지면 이러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재계 주된 시각이다.
대기업 후계자들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배당 확대·주식담보 대출·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적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후계자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 세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오너 경영인의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기업 오너들은 상속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로 몰아가는 정치권의 시각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현금이나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단순 상속과 기업승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며 "기업승계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만큼 별도의 과세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경영권을 안정화시키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제도 환경 마련이 중요하며, 그 일환으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제 개편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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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글로벌 기준 맞춰야…경영권 승계 부담 완화 필요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최대 주주 할증 과세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에 달한다. 반면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들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상속세 최고 세율이 40%이지만, 약 1800만 달러(한화 약 170억원)까지는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 역시 상속세 최고 세율이 55%로 높지만 '사업승계세제'를 도입해 기업이 일정 기간 고용과 투자 유지 조건을 충족하면 상속세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가업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기업 승계 시 상속세를 최대 85~100% 감면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승계 후 10년간 고용을 유지하면 면세 혜택이 더욱 확대된다. 캐나다와 호주는 아예 상속세가 없다. 상속 자산에 대해 양도소득세만 부과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가업 상속 공제 제도를 확대하고, 상속세 납부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 대표자들이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 측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3322_666062_2232.png)
한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20일 여야 정치권과 정부에 상속·증여세 개편을 촉구했다.
경제 6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내외 경제환경에 적신호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신속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상속·증여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는 "국가 경제의 핵심주체는 기업이며, 기업 경영활동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은 사회적 과제"라며 "국회에서는 여야의 열린 토론과 숙의를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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