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현장[출처=연합뉴스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4800_667761_293.jpg)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초 새롭게 구성한 이사회에 ‘안전’ 전문가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내이사진이 대표이사, 플랜트사업본부장, 재경본부장으로 꾸려지면서 주요 논의가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내 CSO(최고안전책임자) 부재가 중대재해 발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이은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총괄·감독할 컨트롤타워가 이사회에 없다는 점에서 안전 관련 논의가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주우정 신임 대표를 비롯해 손명건 플랜트사업본부장 전무, 박희동 재경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특히 주 대표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이사회는 재무 전문가 2명과 플랜트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된 셈이다.
이 같은 이사회 구성은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중심의 논의가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조 단위 영업적자를 냈고, 그 주요 원인이 해외 플랜트 사업 부진에서 비롯된 만큼, 사내이사진 구성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인선이란 평가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에 최근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안전 관련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CSO를 이사회 산하에 두고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현 CSO인 김정배 안전품질본부장(상무)은 올해 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했지만, 사내이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임 CSO였던 정윤태 전 상무도 3년 10개월 동안 CSO를 맡았지만,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지 못했다.
이사회 내 CSO 부재가 중대재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사회에 안전 담당 임원이 포함된 기업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안전 관련 정책이 느슨한 편도 아니다. 독립적으로 안전 의제를 다룰 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이사회를 통해 연 5회 이상 안전보건 이슈가 주요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 과정에서 안전 관련 투자금액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보건 투자액은 2021년 449억원에서 2022년 818억원으로 늘었으며, 2023년에는 1189억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안전 담당자가 기업 의사결정의 최상단 기구인 이사회에 없다면 안전 관련 논제가 구체적이기 보다 형식적인 보고 수준에서 그칠 확률이 적지 않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2023년 이사회 중요 의결사항을 살펴보면, 안전보건 관련 의안은 1월 단 한 차례만 상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현대엔지니어링 올해 이사회 사내이사 직급은 대표이사와 전무급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김정배 CSO는 상무급이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언권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내 안전을 총괄하는 임원이 없을 경우, 안전 관련 논의가 실질적 논의보다는 보고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보다 체계적인 안전 경영을 위해서는 CSO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