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외교·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명품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출처=EBN 그래픽 AI]
미중 간 외교·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명품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출처=EBN 그래픽 AI]

미중 간 외교·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명품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그동안 ‘황금 시장’으로 여겨졌던 중국에서 철수하며 고전하고 있는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반사이익을 누리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소비자들의 정서적 이탈과 정치적 리스크가 겹치며 장기적으로 명품 소비 지형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지난해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철수한 데 이어, 지난달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은 상하이 릴 백화점과 상하이 쇼핑거리 난징루의 신세계 다이마루 백화점 내 구찌 매장을 모두 폐점했다.

10년 이상 공을 들여 키운 현지 매장들을 정리하는 극단적 조치는 명품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 브랜드는 중국 내 실업률 증가, 소비 심리 위축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회복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불황 외에도 미중 갈등이 소비 심리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서구 브랜드 보이콧’ 분위기가 퍼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가격 민감도 보다는 정치·감정적 요인에서 비롯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관세 강화 등 실질적 부담이 가중되면 판매 위축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 명품 시장의 위축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요 상권에서 매장을 철수하면서 고급 리테일 공간의 공실률이 급등하고 있고, 이는 임대료 하락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중국에서 유명 명품 브랜드들의 줄이탈이 이어질 경우 ‘명품 거리’로 불리던 상하이 난징루와 베이징의 왕푸징 일대가 장기적으로 유령 상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 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리치몬드, 버버리 등 유럽 명품 브랜드는 북미 시장에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는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명품 구매의 세대 교체, 소셜 미디어 기반 마케팅 강화, 미국 경제의 상대적 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업계에서는 명품시장에서도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을 필수 거점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미국, 동남아, 인도 등으로 눈을 돌리며 다각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명품 브랜드의 공급망뿐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과 제품 기획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브랜드는 중화권 외곽 지역, 예컨대 홍콩이나 대만에서 새로운 거점을 모색하고 있으나, 본토 소비자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이마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명품 시장이 점차 단순한 경기 민감 산업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접 노출된 ‘정치적 소비재’로 바뀌고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단기 회복은 어렵고, 중장기적으로도 정치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진 중국 소비자보다 지속 가능한 구매력이 검증된 미국·유럽 소비자에 집중하는 전략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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