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출처=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출처=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구상하던 미래 사업은 실현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래 에너지부터 인공지능(AI) 조선소, 자율운항선박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이 중심에 '미래 기술'이 자리잡았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는 단순한 조선·중공업 그룹을 넘어 미래를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빌 게이츠 만나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 선점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그간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을 그룹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워 왔다.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달 초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미국 출장을 통해 '미래 에너지 패권'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12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미국에서 빌 게이츠(Bill Gates) 테라파워 창업자와 크리스 르베크 CEO를 만나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원자력 기술 스타트업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 배출 없는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나트륨 원자로는 테라파워에서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다. 고속 중성자를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소듐)으로 냉각해 전기를 생산한다. SMR 가운데 안전성과 기술의 완성도가 높으며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용량이 40%가량 적은 것이 특징이다.

정기선 부회장과 빌 게이츠 창업자의 회담으로, HD현대는 향후 이 원자로의 제작·공급망 확대를 위한 제조 기반을 제공한다. 또 초기 실증 프로젝트를 넘어, 본격적인 상업화 기반을 구축한다. 이 협력은 단순 부품 납품을 넘어, HD현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한 축으로 나아가겠다는 상징적인 신호다.

HD현대가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HD현대중공업 원광식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 테라파워 빌 게이츠 창업자, 크리스 르베크 CE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HD현대 ]
HD현대가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HD현대중공업 원광식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 테라파워 빌 게이츠 창업자, 크리스 르베크 CE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HD현대 ]

■ SMR 시장 전망도 '맑음'…2040년 441조 원 성장 전망

HD현대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꼽은 SMR은 새로운 기술을 넘어 경제적 가치 및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SMR은 대형 원자로 대비 ▲부품 수출 용이 ▲짧은 건설 기간 ▲중대사고 확률 축소 ▲분산 전원에 적합 ▲민간 주도 사업 가능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는 2030년 신규 원전 중 30%가 SMR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장 규모는 오는 2040년까지 3,000억 달러(약 44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정KPMG 원자력 발전 산업 전문팀은 SMR에 대해 “SMR을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에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를 선점하는 국가 및 기업이 패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SMR의 활용도 및 장점. [출처= 삼정KPMG]
SMR의 활용도 및 장점. [출처= 삼정KPMG]

■ 조선사업, 기술 우위를 넘어 '혁신'을 항해하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전통적인 조선업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조선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조선소 구축과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통해 HD현대를 ‘스마트 해양산업’의 선두주자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2021년부터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함께 ‘미래형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분석, 가상현실(VR), 로보틱스, 자동화,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조선소에 적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와 회동하고, AI 조선소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공유했다.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FOS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인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축해 선박 건조 현장의 생산성을 30% 향상시키고, 건조 기간을 30%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율운항선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는 팔란티어와 공동으로 무인 수상정 ‘테네브리스’를 개발 중이며,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선박에는 HD현대중공업의 자율운항 시스템과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이 통합돼 고도화된 무인 운항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는 AI 조선소와 자율운항선박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생산성 혁신과 기술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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