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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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토 확장을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기아가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관세 압박 우려를 덜어내자마자 유럽 판매량이 부진에 빠진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유럽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영향으로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여전히 부진하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유럽(영국, EFTA 포함)에서 지난 2월 한 달간 각각 3만7210대, 3만6084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 7.7%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2월 누계 판매량은 15만65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유럽 내 시장 점유율도 8.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p) 줄었다. 

양 사의 판매량을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3년 110만6604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8.6%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량이 106만3517대로 감소했고, 점유율도 8.2%로 내렸다. 양사의 유럽 시장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경기 회복세가 더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2월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195만9580대로 집계됐다. 주요 분석 기관은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물가 안정 및 금리 인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6% 성장한 151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과 관세 전쟁 우려 등 영향으로 여전히 소비 회복이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부진이 유럽 수요 회복세 둔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쟁자인 폭스바겐그룹, 르노그룹 등은 1~2월 유럽에서 각각 4.8%, 8.3%의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의 유럽 내 상품성이 여타 제조사 대비 떨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현대차·기아의 주요 판매 차종은 투싼, 코나, i20, 스포티지, 씨드, EV3 등이다. EV3를 제외하면 사실상 신차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를 유럽 본격 공략 시기로 봤다. EU가 올해부터 '핏 포 55(Fit for 55)에 따라'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친환경차 판매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을 모두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정책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럽 완성차 제조사의 반발로 ACEA가 CO₂ 배출 과징금 부과 정책을 3년 유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친환경차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유럽의 1~2월 누적 파워트레인 판매를 보면 ▲순수전기차 33만584대(+31.4%) ▲하이브리드 68만7709대(+17.6%)를 보였다. 휘발유(-21.9%), 경유(-27.5%)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올해부터 유럽에서 신차를 쏟아낸다. 앞서 기아는 지난달 스페인 타라고나에 있는 '타라코 아레나'에서 ‘2025 기아 EV 데이’를 개최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4와 PV5, EV2 콘셉트카 등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돌풍을 예고했다. 신차를 바탕으로 기존에 기아가 부진했던 B~C 세그먼트와 상용차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터키 공장 재정비에 돌입했다. 오는 2026년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함이다. 또한, 소형 세그먼트 신차 캐스퍼 EV(한국명) 등을 출시해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린다. 

이 외에도 양사는 소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을 연구개발해 유럽 맞춤형 신차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량은 투싼과 스포티지가 이끌고 있다"면서 "쏘울과 스토닉, 니로 등은 상품성이 악화돼 새로운 상품 출시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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