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아래 왼쪽부터)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출처=한화그룹]
(사진 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아래 왼쪽부터)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출처=한화그룹]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 그룹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김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 자문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삼형제를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삼형제 지분율 42.67%, 경영권 확보

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31일 공시를 통해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

이로써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9.77%로 상승했고, 김동원·김동선 형제의 지분율도 5.37%로 늘었다. 증여일은 오는 4월 30일이다.

특히 한화에너지(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여전히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형제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한화의 경영권은 세 아들로 완전히 넘어갔다. 세 아들이 지배하는 지분은 총합 42.67%에 달한다.

이는 기존 재벌 총수들의 승계 방식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접근법이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간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없이 자연스럽게 지배력을 강화하면서도 시장과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승계 논란 차단, 책임경영 강화"

김 회장의 지분 증여 결정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및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의 연관성을 차단하고, 승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었고, 이를 경영권 승계와 연결시키려는 시장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일부러 낮춘다'는 일각의 의혹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승계를 진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운데)의 세 아들 중 막내인 김동선 부사장, 둘째 김동원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부회장(맨 오른쪽)이 2022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출처=한화]
(사진 왼쪽부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운데)의 세 아들 중 막내인 김동선 부사장, 둘째 김동원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부회장(맨 오른쪽)이 2022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출처=한화]

■증여세 2218억 원, 투명 납부 원칙

증여에 따른 증여세 부담도 상당하다. 3월 4일부터 31일까지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증여세는 총 2218억 원에 달하며, 이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하겠다는 것이 한화그룹의 입장이다.

한화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승계를 넘어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하나의 사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에도 김 회장과 세 아들이 증여세 및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해온 전례를 고려했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의 미래, 삼형제 체제 본격화

이번 지분 증여로 한화그룹은 사실상 '삼형제 경영 체제’'로 재편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기존의 에너지 및 방산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은 금융과 IT,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과 레저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형제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가 명예직으로 물러나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는 기존 재벌 그룹의 경영 방식과 유사하다"면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명확한 권한 이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전했다.

■한화그룹,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집중

한화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산업을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방산업체들의 블록화와 선진국 방산기업들의 견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투자 실기는 곧 도태'라는 전략하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또 한화오션 지분 인수 역시 해양 방산 패키지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는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김 회장은 전통적인 '오너 경영'에서 벗어나 삼형제 체제로의 전환을 명확히 했으며, 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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