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화그룹]
[출처=한화그룹]

한화그룹·신세계그룹·HD현대그룹 등 재계에 승계 작업이 본격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복합 위기와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영 능력을 검증 받은 젊은 리더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며 체질 개선과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

이로써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9.77%로 상승했고, 김동원·김동선 형제의 지분율도 5.37%로 늘었다. 증여일은 오는 4월 30일이다.

특히 한화에너지(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여전히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형제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한화의 경영권은 세 아들로 완전히 넘어갔다. 세 아들이 지배하는 지분은 총합 42.67%에 달한다.

이는 기존 재벌 총수들의 승계 방식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접근법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간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없이 자연스럽게 지배력을 강화, 시장과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김 회장의 지분 증여 결정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한화오션 지분 인수와의 연관성을 차단하고 승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었고 이를 경영권 승계와 연결시키려는 시장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지분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분 증여로 한화그룹은 사실상 '삼형제 경영 체제'로 재편됐다. 김 부회장은 기존의 에너지 및 방산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금융과 IT, 김 부사장은 유통과 레저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산업을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한 뒤 지주사 전환 요건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3형제가 각자 경영을 맡은 기업을 인적 분할해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 왼쪽)과 정기선 HD현대수석부회장. [출처=각 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 왼쪽)과 정기선 HD현대수석부회장. [출처=각 사]

HD현대그룹은 정기선 그룹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 속에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며 조직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 수석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2013년 재입사해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1년 만에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른 그는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오너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 완벽하게 승계 절차를 마무리 한 것은 아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퇴임을 1년여 앞둔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권오갑 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수석부회장의 차후 승계를 위해서는 현재 6%대에 불과한 HD현대 지분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율은 6.12%다.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선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 26.60%를 승계 받는 것이 과제다.

HD현대는 현재 신사업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수소연료전지,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사업 활성화와 동시에 전동화 엔진, 선박용 인공지능솔루션, 암모니아 개질 등 신기술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최근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278만7582주)를 전량을 매입,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구축한 케이스다. 특히 정 회장은 '증여'가 아닌 개인 자산을 투입한 '매입'을 택했다.

정 회장은 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회장 첫 해인 지난해 이마트를 흑자전환시킨 성과에 힘입어 올해 책임경영 오너십을 십분 발휘, 수익경영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지난해 회장 승진 후 한 해동안 외형성장보다는 비용절감과 내실다지기에 주력하는 전략을 이행하며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정 회장은 경영권을 공고히 하며 글로벌 현안에서 핵심 결정을 이끌고,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할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며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총수들이 혁신적인 경영 전략을 앞세워 각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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